(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태국 의회가 18일 반정부 시위대의 지지를 받는 개헌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군부 제정 헌법 개정,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며 3개월 이상 이어가고 있는 반정부 시위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태국 의회는 이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여야와 시민단체 'iLaw'가 제출한 7개 개헌안에 대한 표결을 해 시민단체 개헌안을 부결시켰다.
반정부 시위대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이 개헌안은 군부가 지명해 '꼭두각시'로 불리는 상원의원 250명이 총리 선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쁘라윳 총리처럼 하원의원이 아닌 사람이 총리직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군주제 개혁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의회는 그러나 여당 연합과 야당이 제출한 개헌안 6개 가운데 왕실의 권한과 역할을 건드리지 않는 헌법 입안 위원회를 구성하는 2건만 통과시켜 2차 독회(심의)를 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께부터 방콕 시내 최중심 상업지구인 랏차쁘라송 네거리에 모인 1만명에 달하는 반정부 시위대는 시민단체 개헌안 수용과 쁘라윳 총리 퇴진, 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했다.
또 근처에 있는 경찰청으로 행진,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에 항의했다.
전날 의사당 앞에서는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이 친 바리케이드를 뚫으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경찰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물대포와 최루탄, 최루액을 사용하며 강력히 대응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또 반정부 시위대와 왕실 지지자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진 가운데 총성이 잇따라 들려 참석자들이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올해 7월 반정부 시위가 재개된 후 가장 심각한 폭력 사태로 번진 이날 시위로 최소 55명이 부상했고, 이 가운데 6명은 총상을 입었다고 방콕 에라완 의료센터가 전했다.
총격과 관련, 경찰은 "시위 진압에 실탄이나 고무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면서 시위 현장에서 권총과 실탄 10발을 소지한 왕실 지지자가 군 병력에 붙잡혀 경찰에 인계됐다면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는 올해 2월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던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이 강제 해산된 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다가 7월 중순 재개됐으며 총리 퇴진과 개헌은 물론 그동안 금기시됐던 군주제 개혁 요구까지 분출하면서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왕이 신성시되는 데다 최장 15년형에 처할 수 있는 왕실 모독죄가 존재하는 태국에서 군주제 개혁 요구는 초유의 일이어서 파문을 불러왔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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