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원 식별 가능한 이미지 악의적 유포땐 처벌" 추진
의회 법안 논의 시작…"기본권 침해" 인권단체·언론노조 반발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가 경찰관의 신원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 또는 영상을 불순한 의도로 온라인에 올렸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법안은 경찰의 얼굴이나 신원을 알아차릴 수 있는 이미지를 악의적으로 유포하면 징역 1년, 벌금 4만5천유로(약 5천900만원)에 처해진다는 조항이 담긴 "포괄적인 보안"(Securite Globale)법이다.
집권 여당인 '전진하는 공화국'(LREM)이 발의한 이 법안은 17일(현지시간) 하원에 상정됐고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이 법안 제정 취지를 설명했다고 AFP·AP 통신, 일간 르몽드 등이 전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해당 법안은 경찰과 이민자들이 특히 잦은 충돌을 빚는 빈민가 등에서 "우리를 보호해주는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에 신상이 노출된 경찰관을 표적으로 정해 위협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조치이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기자가 여전히 촬영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답은 '그렇다'이며, 방송할 수 있느냐고 물어도 '그렇다'이고, 시민이 경찰의 행위를 찍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답 역시 '그렇다'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인권단체, 언론노조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언론의 자유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훼손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하원이 법안을 두고 논의를 시작할 무렵 의사당 밖에서는 언론노조, 인권단체가 모여 이 법안이 만들어진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클레르 에동 프랑스 권리보호관은 "경찰의 개입과 관련한 사진을 발행하는 것은 합법적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일상으로 스며들면서 시위 현장에서, 혹은 체포 현장에서 정도를 넘어선 경찰의 과잉 진압 장면을 제3자가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와 공분을 사는 일은 이제 흔해졌다.
전 세계 각국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불씨를 댕긴 것도 미국의 백인 경찰관이 무릎으로 흑인 용의자의 목을 짓눌러 사망케 한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었다.
지난 5월 27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이 비극적인 사건은 행인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지난 1월 에펠탑 인근에서 경찰관 4명이 북아프리카 출신 배달원을 제압하면서 목을 눌러 숨지게 한 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6월에서야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하원은 다음 주에 해당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LREM이 의석 과반을 차지한 하원을 통과한다면 이 법안은 우파 야권이 다수를 점한 상원에서 다시 논의를 거쳐야 한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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