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체계 붕괴 위기 이탈리아, 분쟁지역 전문 구호단체에 'SOS'(종합)

입력 2020-11-19 21:57  

의료체계 붕괴 위기 이탈리아, 분쟁지역 전문 구호단체에 'SOS'(종합)
이머전시, 병상·의료진 부족 남부 칼라브리아에 야전병원 설치 지원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료체계 붕괴 위기에 내몰린 이탈리아 정부가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 의료단체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구호단체 '이머전시'(Emergency)는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인 남부 칼라브리아주의 응급 환자 치료에 참여하기로 했다.
1994년 설립된 이머전시는 수단·르완다·시에라리온·아프가니스탄 등 분쟁지역에서 무상 의료 활동을 해온 단체다.
이머전시는 지역 의료시스템의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한 '야전병원' 설립·운영 등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격리가 여의치 않은 경증 환자들을 위한 '호텔 격리소'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 단체의 의료 현장 투입은 병상·의료진 부족 문제에 고심하는 중앙 보건당국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반도 앞굽에 해당하는 칼라브리아는 북부 롬바르디아주 등과 함께 바이러스 고위험지역(레드존)으로 지정돼 강력한 봉쇄가 시행 중인 곳이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공공 의료체계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1천명 가까이 나오며 의료시스템 자체가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달 초부터는 지역 보건당국 총책임자인 보건위원장직도 공석이다. 전시와 다름없는 비상 상황에서 지휘관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8년부터 보건위원장직을 맡고 있던 사베리오 코티첼리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내 가용한 중환자 병상 수조차 대답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드러내며 지난 7일 전격 경질됐다.



그 직후 내정된 지역 병원 의사 출신 주세페 주카텔리는 "마스크는 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15∼20분간 키스만 하지 않으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이 담긴 영상이 SNS에 퍼지며 강력한 여론의 반발을 불러 16일 자진 사임했다.
두번째 내정자인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의 에우제니오 가우디오 교수마저 아내가 칼라브리아 지역으로의 이사를 반대한다며 자진 사임하면서 방역 정책의 난맥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유럽에서 가장 먼저 바이러스 확산의 타격을 받으며 의료 붕괴를 경험한 이탈리아는 최근 몇 개월간 절치부심하며 중환자실 병상을 기존의 두 배인 9천900여개로 늘리는 등 인프라 확대에 꽤 많은 신경을 썼다.
하지만 의료시스템의 핵심인 의료진 부족 문제는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특히 응급 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의료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의료시스템의 '병목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 의사회의 조반니 레오니 부회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응급실에 투입할 마취 의사와 간호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큰 문제"라며 "이 때문에 기존 의료진의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18일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3만4천282명, 사망자 수는 753명으로 집계됐다.
입원환자 수는 3만7천174명까지 불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환자 수도 3천670명으로 1차 유행 당시 최고치(4천68명)에 육박했다.
누적 확진자 수는 127만2천352명, 총사망자 수는 4만7천217명이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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