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에 참석 결정…국정태만 비판론·주말 RCEP 서명 등 영향 미친 듯
물러나며 중국 견제 쐐기 관측…"마지막 외교무대 中 때리기에 활용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 화상으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키로 해 그 배경과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APEC 정상회의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하는 만큼, 신(新)냉전으로 불리는 주요 2개국(G2) 간 패권 다툼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미중 정상이 다시 한번 정면으로 '비대면 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은 임기 첫해인 2017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일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서도 대선 이후 공식 일정을 거의 잡지 않고 불복 행보에만 골몰한다는 따가운 시선이 제기되는 와중에 잡힌 것이기도 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사실을 확인했고, 미국의 한 당국자도 "대통령은 APEC에 참석한다"고 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백악관은 관련한 언급을 사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에 이어 오는 21∼22일 이틀간 역시 화상으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참석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국제무대의 마지막 활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보도했다.
대선 패배 후 임기 말 국정에서 손을 놓다시피 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한데는 일손을 놓았다는 여론을 의식했고 대중(對中) 견제 포석이 깔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APEC을 관장하는 미 당국자는 지난주만 하더라도 올해 정상회의에서 미국 측 참석자가 누가 될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중국의 대(對)아시아 영향력이 꾸준히 커지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참석이 '마지막 순간' 확정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참석 소식이 지난 주말 화상으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낮은 급의 인사를 참석시켜 비판론에 직면한 상황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당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신 참석했다.
특히 지난 주말 중국과 한국 등 15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 차단에 부심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EAS에 불참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모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통신은 전했다.
더 디플로맷도 미국이 빠진 RCEP 체결로 인해 낮은 급 인사를 대참시킨 것이 더 두드러져 보이게 됐다고 촌평했다.
이와 관련, 미국 상공회의소도 지난 16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 블록인 RCEP 체결이 역내 무역에 대한 중국의 지배적 역할을 공고히 하며 미국만 뒤처지게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 경제 무대에서 반중(反中) 전선 구축을 통한 중국 고립을 시도해왔다. 일각에서는 RCEP 체결과 맞물려 조 바이든 당선인의 집권 이후 대중 견제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곧 물러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화상이긴 하나 시 주석과의 마지막 대좌가 될 수 있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아직 자신이 현직 대통령임을 부각하며 중국에 대한 강경 메시지를 쏟아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을 공격,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지난 4년간 외교 활동의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다는 전망인 셈이다.
더 디플로맷은 트럼프 대통령이 APEC에 참석하게 된다면 그는 지난 4년간 이뤄진 미중 간 급격한 관계 악화를 마무리하면서 중국 때리기의 무대로 APEC을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패배 후에도 인사권과 행정권 등 현직의 권한을 마구 휘두르며 '공포의 레임덕'을 조성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대중 강경 정책에서도 '대못박기'에 나설 태세를 보여왔다.
시 주석도 미국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낼 공산이 작지 않아 이번 정상회의가 미중 정상 간 마지막 공개 충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시 주석은 이날 화상회의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대화에서도 "우리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꾀하거나 배타적인 '작은 서클'을 만들어 역사의 추세를 거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비판하며 미국을 정면 겨냥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계획이지만 그는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전투에 사로잡혀 있다며 과거에도 국제회의 참석을 놓고 마음을 바꾼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 디플로맷도 불복 행보에 올인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불참 쪽으로 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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