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 정부의 '영끌' 물량공세…전세난 잡을 수 있을까

입력 2020-11-19 14:23   수정 2020-11-19 15:11

[전세대책] 정부의 '영끌' 물량공세…전세난 잡을 수 있을까

(서울·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김동규 기자 = 정부가 19일 발표한 전세대책의 요지는 확보 가능한 주택을 최대한 끌어모아 2022년까지 11만4천가구 이상 공급하면서 공공임대의 질을 대폭 높여 일반 임대에 몰린 수요를 분산시킴으로써 전세난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전세대책을 낸 것은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7월 둘째주 0.14%에서 8월 첫째주 0.20%, 지난달 둘째주 0.16%로 줄었지만 이달 둘째주에는 0.27%로 크게 뛰었다.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기존 주택에 눌러 앉으면서 공급이 감소했다. 물론 기존 세입자도 이사를 가지 않아 수요 또한 줄었다.
하지만 공급 물량 자체가 크게 줄어들다보니 수요자가 직장이나 자녀 학교 등 필요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곳에 있는 임대를 찾는 것이 훨씬 어려워졌고, 이는 집 주인 절대 우위 시장을 만들면서 전월세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단기간에 동원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최대한 확보해 2년간 11만가구 이상 공급한다는 물량 공세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아파트보다는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다세대 주택을 주로 확보함으로써 내년 상반기에만 목표의 40%에 육박하는 4만9천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관건은 임대 수요가 몰리는 곳을 중심으로 적기에 공공임대가 공급되느냐다.
하지만 너무 다세대나 오피스텔 등 비(非) 아파트 위주로 물량을 댄다는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매입임대 물량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고 아파트를 추가로 지을 땅도 없거니와, 공사 기간도 3년가량 걸려 아파트는 당장의 전세난을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전세가격 상승률 등을 보면 전세 수요는 다세대가 아닌 아파트에 몰려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7~10월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을 보면 연립주택은 0.38%였으나 아파트는 2.22%로 6배 가까이 높았다.


주차가 편하고 방범도 좋은 아파트가 주거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녀가 있는 가정은 물론 웬만한 신혼부부도 가급적 아파트에 거주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 주택 위주의 임대주택 공급은 전세난을 시원하게 해결하기엔 힘이 부족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자녀를 둔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점은 한계"라고 평가한 뒤 "주택 수요자의 높아진 안목을 만족시키는 주거환경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토지주와 건설사에 공공택지 공급시 우선권을 주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적극적인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인근 아파트 못지않은 넓고 쾌적한 다세대 임대를 지으면 아파트 임대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입 약정을 할 때 3~4인 가구도 매우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좀더 넓은 주택을 짓도록 하고, 준공되면 바로 받아 임대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이미 매입 약정을 희망하는 토지주나 건설사가 많이 확보돼 있다"라고 말했다.
대책에서 공공임대 중 비어 있는 공실을 적극 발굴해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방안은 어느 정도 전세난 해갈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공급되는 물량은 수도권에 1만6천가구이며 서울만 4천900가구다.
서울 요지에서도 임대주택 공실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수요와 공급이, 자격 조건인 소득 수준과 임대료 수준이 맞지 않는 '미스매치'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198가구, 송파구는 263가구, 강동구엔 356가구가 3개월 이상 비어 있다.


그동안은 공공임대에 공실이 생겨도 저소득층에 제공돼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고소득자에 개방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공공임대의 질적 수준을 높여 30평대 중형을 2025년까지 6만3천가구를 확충하고 그 이후엔 연 2만가구 이상 꾸준히 공급하기로 한 것은 공공임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내용이다.
그동안 국토부와 재정당국은 중형 임대에 대한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두고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민을 위해 써야 할 기금을 중산층을 위해 써야 하느냐를 두고 재정당국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60~85㎡의 중형 주택을 신규 도입해 추가로 들어가는 재정은 내년에는 110억원이고 중형 주택을 점차 확대됨에 따라 2025년에는 7천3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공공임대가 좁은 복도식 아파트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으면 계속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공감대를 만들었다.
중형 임대가 도입됨에 따라 중산층도 공공임대 이용자로 편입됐다는 점에서 임대와 일반아파트를 섞어 다양한 계층이 함께 거주하게 하는 '소셜믹스'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통합임대에 이 중형임대가 본격 도입될 예정인데, 통합임대는 거주 기간을 계층에 상관 없이 30년까지 보장하는 점은 더욱 매력적이다.

현재 신혼부부 행복주택도 최장 거주 기간이 10년밖에 되지 않지만 앞으론 30평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부부는 원하면 30년간 이사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과거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와 비슷한 형태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시프트는 주변 임대료 시세의 80%를 내고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었으나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시프트는 말 그대로 중산층만을 겨냥해 공급한 주택이라면 통합임대는 전 계층을 아우르면서 이번에 소득 수준을 다소 높여줬을 뿐이다.
게다가 30평대 중형 주택 입주는 소득 수준이 아닌 가족원 수에 따라 결정되고, 임대료는 소득에 비례에 책정된다. 4인 가구 중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가족도 얼마든 중형 임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형 임대나 임대주택 유형통합은 수년이 걸리는 정책 과제인 만큼, 당장 세입자들이 집을 찾지 못해 난리가 난 전세시장에서 소비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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