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총장 임명 특별조사관, 4년 조사 결과 보고서 발표
"관련자 19명 소환해 전쟁범죄 혐의 기소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던 전·현직 호주 특수부대원들에 의한 민간인 및 죄수 살해 의혹이 4년간의 조사 끝에 밝혀졌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호주군 검찰총장에 의해 지난 2016년 아프간 전쟁범죄 특별조사관으로 임명된 폴 브레레턴 뉴사우스웨일스 지방법원 판사는 현지 파병 특수부대원이 저지른 살인에 대한 증거를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앵거스 캠벨 호주 국방 총장(합참의장)은 아프간에 파병됐던 전·현직 호주군 특수부대원 25명이 지난 2005년부터 2016년 사이 23차례에 걸쳐 39명을 불법적으로 살해했다는 신뢰할만한 정보가 보고서에 담겼다고 전했다.
캠벨 총장은 이어 "이들 살해행위는 비(非) 교전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조사 결과 최악의 군 기율 위반"이라고 개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군 특수부대의 살인 대상은 생포된 죄수와 농부 등으로 국제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특히 특수부대 사령관이 하급 병사들에게 비무장 아프간인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린 사실도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다.
보고서는 "'블러딩'(blooding, 여우가 총탄에 맞아 죽는 것을 처음 본 초보 사냥꾼의 얼굴에 여우의 피를 바르는 입문 의식)으로 불리는 병사의 첫 사살 의식을 위해 정찰 사령관이 병사에게 죄수를 쏘라고 명령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고 기술했다.
또 이렇게 사람을 죽인 후에 이들은 외국산 무기와 장비를 활용해 전투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파병군 내부에서 벌어진 이런 끔찍한 범죄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지만, 부대 내의 비밀유지 문화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전직 법무관인 데이비드 맥브라이드가 관련 비밀문서를 현지 방송사에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맥브라이드 전 법무관은 비밀 누설 사실을 인정한 뒤 기소됐지만, 이를 계기로 호주군의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보고서는 끝으로 불법 살인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피해자 유족에 보상은 해야 한다고 호주 정부에 권고했다.
캠벨 총장은 조만간 불법 살인 연루자 19명을 소환해 심문하고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린다 레이놀즈 국방부 장관은 최근 자국 내에서 기소가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 기소를 무효로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보고서 발표 직전 조사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니 아프간 대통령 측은 트위터를 통해 "호주 총리가 아프간에 파병된 일부 군대의 위법행위에 대해 깊은 슬픔을 토로했다"고 썼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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