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난 코로나19 미스터리 '침묵의 저산소증'

입력 2020-11-20 16:37  

실체 드러난 코로나19 미스터리 '침묵의 저산소증'
숨차지 않은데 산소 수치 떨어져…폐혈관 이상 수축 등 복합 작용
미 보스턴대 연구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미스터리 중 하나는 생명을 위협하는 '침묵의 저산소증(silent hypoxia)'이다.
저산소증은 체내 산소 수치가 비정상으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태가 의료진에게 발견되지 않은 채 오래 지속되면 중요한 인체 기관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이 생겨 환자가 사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이런 상태에서도 호흡 곤란 같은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산소증 앞에 붙는 '침묵하는'이란 수식어는, 생리학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이런 현상의 단면을 함축한다.
미국 보스턴대 연구진이 코로나19 환자에게 어떻게 '침묵의 저산소증'이 일어나는지를 컴퓨터 모델링 테스트와 임상 기록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20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혈액이 폐에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건강한 허파는 혈중 산소 포화도를 95~100%로 유지한다. 이 수치가 92 밑으로 떨어지면 의사들은 산소 보충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연구팀은 먼저 코로나19가 폐의 혈류 제어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테스트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증으로 폐의 특정 부위가 손상돼 산소가 충분히 모이지 않으면 해당 부위로 향하는 혈관이 수축한다.
이런 현상은 폐가 올바르게 진화한 결과일 수 있다. 혈액의 적혈구가 폐 조직을 통과하면서 산소를 보충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코로나19 환자는 손상된 조직으로 혈액이 흘러가지 않게 제한하는 능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환자의 폐는 손상 부위로 가는 혈관을 더 열기도 하는데 폐 CT로도 이런 현상은 잘 잡히지 않는다.
컴퓨터 폐 모델은, 산소를 제대로 모으지 못하는 폐 부위의 혈류량이 정상보다 많으면 혈중 산소 수치가 코로나19 환자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폐혈관의 미세 혈전이 폐의 혈류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혈관 내벽에 염증이 생기면 검진 장비에 잡히지 않을 만큼 미세한 혈전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혈전이 저산소증을 촉발할 순 있다. 하지만 혈전 혼자서 코로나19 환자 수준으로 산소 농도를 떨어뜨리긴 어려울 거로 분석됐다.
나머지 하나는, 폐가 정상 기능을 하는데 필요한 '공기 혈류 비율(air-to-blood flow ratio)'을 코로나19가 교란할 가능성이다.
이런 유형의 부조화는 천식 등 여러 호흡기 질환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침묵의 저산소증'을 일으키는 데도 일정 부분 작용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컴퓨터 모델은 특별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폐 스캔에서 손상 흔적이 나타나지 않은 부위에서 공기와 혈류의 부조화가 생겨야 '침묵의 저산소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코로나19 환자에게 위중한 '침묵의 저산소증'을 일으킬 거라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보스턴 공대의 벨라 수키 생체의학 공학 교수는 "신종 코로나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라면서 환자의 산소 수치가 떨어지는 이유를 모두 이해해야 어떤 형태의 치료가 적절한지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키 교수가 언급한 치료 유형에는 혈관 수축, 혈전 제거, 공기 혈류 부조화 교정 등을 돕는 약물 투여도 포함된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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