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결과 인증 지연 등 겨냥' 애리조나·펜실베이니아·조지아주서 19일 줄패소
동시다발적 소송전 공세 '전패' 전망…"'바이든=불법 대통령' 인식 주입효과"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측이 대선 결과에 불복, 경합주인 애리조나와 펜실베이니아, 조지아주(州)에서 제기한 소송이 19일(현지시간) 줄줄이 기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책임자로 내세워 동시다발적 소송전을 이어가는 등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선거결과 인증 시간끌기 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간의 줄 패소에 이어 이번 '3연패(敗)'까지 더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뒤집기 시도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침 이날 발표된 조지아주에 대한 재검표 결과도 조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500만표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검표한 결과, 승패가 뒤바뀌는 이변은 일어나지 않은 셈이다.
1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애리조나 주 법원은 이날 선거 당일 이뤄진 투표에 대한 광범위한 감사를 요구한 주 공화당의 소송을 기각하면서 재소 불가 판결을 내렸다. 주 변호사들은 이러한 광범위한 감사가 주 투표 결과의 인증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재판을 담당한 존 해나 판사는 애리조나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매리코파 카운티의 투표 결과 인증을 막아달라는 공화당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매리코파는 생전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했던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정치적 근거지인 피닉스가 속한 카운티이기도 하다. 공화당의 아성이었던 애리조나주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이기자 '죽은 매케인이 산 트럼프를 잡았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날 펜실베이니아 주 법원에서는 트럼프 캠프가 기술적인 사유를 들어 2천건 이상의 부재자 투표를 집계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소송을 기각하는 판결이 나왔다.
벅스 카운티 1심 법원의 로버트 발디 판사는 부재자 투표를 집계하지 않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권리박탈이라면서 공화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캠프 측이 주장해온 '투표 사기' 사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캠프 측은 봉인되지 않은 개인 봉투에 투표용지가 들어있거나 봉투 겉면에 손글씨로 적힌 날짜·이름·주소 표시가 없는 2천177건의 우편투표에 대해 문제로 삼으며 주(州)차원에서 우편투표 집계 기준에 대한 규정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캠프는 다른 2곳의 카운티에서도 소규모 부재자 투표에 대해 문제를 삼는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고 CNN이 전했다.
조지아주 연방법원은 이 주의 투표결과 인증 시한 하루 전인 이날 대선에서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인증을 막아달라는 애틀랜타 변호사 린 우드의 소송을 기각했다.
스티븐 그림버그 판사는 이날 밤 내린 판결에서 "개인의 투표권이 신성불가침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투표와 집계가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 개별 유권자들이 명령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에 의해 정해진 절차에 법원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림버그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 우군들이 법원을 통해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던 일련의 실패한 시도들 가운데 가장 최근 사례"라고 보도했다.
이날 3건의 판결은 몇시간 간격으로 이뤄졌다.
CNN은 싸움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는 트럼프 측 변호사들의 약속에도 불구, 바이든의 승리를 빼앗을 '포스트 대선' 소송은 거의 남아있는 것 같지 않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측의 패소는 최근 계속 누적돼 왔으며, 지난 13일 하루에만 9건이 기각되거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CNN이 전했다.
또한 CNN에 따르면 트럼프측 유권자들은 이번 주 들어 유권자 사기 의혹을 제기했던 4건의 소송을 취하했다. 소송 전망에서도 패색이 짙어지자 로펌들도 잇따라 발을 빼고 있는 실정이다.
법조 전문가들도 법정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의 이의 제기는 모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이 핵심 경합주들을 상대로 우편투표 사기 의혹 등을 들어 선거 결과 인증 지연 및 일부 표에 대한 집계 제외 등의 소송을 무더기로 제기해온 가운데 법원은 미시간, 조지아주를 상대로 각각 제기된 개표중단 청구와 우편투표 분리 청구를 지난 5일 이미 기각한 바 있다.
네바다주에서도 '죽은 사람 명의로 된 투표' 및 우편투표 관련 절차상 결함 등을 이유로 선거 결과 인증을 막아달라는 2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나, 아직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이 중 한 건은 이미 네바다주 법원 등이 기각한 소송에서 제기됐던 주장을 '재탕'한 것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줄리아니 변호사가 진두지휘하는 우편투표 관련 연방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담당 판사는 지난 17일 주의 대선 투표가 '폐기'되는 데 대한 회의론을 제기한 바 있다고 CNN이 전했다.
위스콘신주에서는 트럼프 캠프가 지난 18일 민주당 강세 지역인 밀워키와 매디슨이 포함된 2개 카운티를 대상으로 재검표를 요구한 상태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재검표 절차는 20일 시작하며 이 주의 투표 결과 인증 마감일인 12월 1일 이전에 완료돼야 한다. 그러나 조지아주와 마찬가지로 재검표로 인해 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AP통신은 "트럼프의 법률팀은 선거 부정 증거를 입증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법원에서 성과를 견인하는 데 실패했다"며 "트럼프와 공화당 우군들은 선거 결과 인증을 막거나 지연시킬 목적으로 여러 건의 소송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도 없이 이번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함으로써 선거 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약화하고 있으며,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바이든이 적법성을 결여한 대통령이라는 개념을 주입하는 효과가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