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야권 '조정위원회' 당국 탄압으로 소멸…새 조직 명단은 비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대선 부정 논란으로 인한 정국 혼란이 4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옛 소련국가 벨라루스의 선거 불복 운동을 이끌기 위해 새로운 야권 조직이 만들어졌다고 독일에 머물고 있는 대표적 야권 인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20일(현지시간) 밝혔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축출 운동을 벌여온 기존 벨라루스 야권 조직 '조정위원회'의 간부회 임원으로 일했던 알렉시예비치는 이날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조정위원회는 더이상 없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알렉시예비치는 "위원회 구성원들은 투옥됐었거나 현재도 투옥돼 있으며, 국외로 추방되거나 도주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새로운 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이 위원회 구성원들의 이름은 보호를 위해 비밀에 부쳐져 있다"면서 "위원들 간 연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라루스 야권 조정위원회는 대선 직후인 지난 8월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목표로 구성됐었다.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섰다가 신변 위협 때문에 리투아니아로 피신한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창설을 주도했다.
벨라루스 당국은 조정위원회를 정권 찬탈을 기도하는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위원회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간부회 임원 7명 가운데 일부는 체포되고 일부는 해외로 도피했다.
역시 간부회 임원을 맡았던 알렉시예비치도 지난 9월 말 독일로 몸을 피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8월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가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루카셴코는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9월 23일 전격적으로 취임해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야권의 요구를 수용한 자진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버티면서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탄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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