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막 방어 항체 만드는 B세포, 중추신경계 병소에 항염 작용
바젤대 주도 다국적 연구진, '사이언스 면역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장(腸)의 미생물군이 다발성 경화증(MS:multiple sclerosis)의 중추신경계 염증 완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로 확인된 이 '장뇌 축'(gut-brain axis)에선 면역세포의 일종인 특정 B세포 그룹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발견은 장 미생물군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MS 치료법의 개발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위스 바젤대 의학부의 아네-카트린 프룁슈텔 교수 연구팀은 최근 저널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21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MS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B세포를 제거하는 것에 크게 의존한다.
그런데 프룀슈텔 교수 연구팀은 수년 전 B세포를 너무 광범위하게 없애면 오히려 MS가 악화한다는 걸 알아냈다.
그 원인이 이번 연구에서 규명됐다.
이뮤노글로블린 A(IgA)를 생성하는 약칭 IgA B세포는 장의 미생물과 중추신경계의 염증 병소 사이에 다리를 놓아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했다.
이뮤노글로블린 A는 점막 면역 방어에 특화된 항체를 말한다. 따라서 IgA B세포는 장 건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과 같다.
MS 환자 56명의 분변 샘플을 건강한 일반인의 샘플과 비교 분석한 결과, MS 환자는 독특한 성질의 IgA B세포를 갖고 있었다.
이 IgA B세포는 MS 환자의 장에서 더 흔하게 발견되는 박테리아 유형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들 IgA B세포가 급성 염증이 생긴 MS 환자의 뇌척수액과 뇌 조직에 모여드는 것도 관찰됐다.
프룀슈텔 교수는 "장에서 중추신경계의 염증 병소로 이동한 IgA B세포가 항염 신호 물질을 분비하는 게 분명하다"라면서 "혈액에서 B세포를 너무 많이 없애면 MS가 악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이 IgA B세포의 이런 이동과 작용을 촉발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것이 밝혀지면 획기적인 MS 치료법이 나올 거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장의 미생물 구성에 변화를 줘 그런 반응을 유도하는 접근도 가능할 거라고 한다.
한편 이번 연구엔 바젤대 외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독일 뮌헨 공대·하이델베르크대, 스웨덴 우메오대, 캐나다 토론토대, 독일 포츠담 소재 막스 플랑크 콜로이드 앤드 인터페이스 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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