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불안(anxiety)이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의 알츠하이머 치매로의 이행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도인지장애란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이 같은 연령대의 다른 노인들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인정하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닌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이런 노인은 다른 노인에 비해 치매로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
경도인지장애가 있다고 모두 치매로 이행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그들 중 누가 치매로 진행될지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 의대 영상의학 전문의 마리아 스팜피나토 교수 연구팀은 불안 증세가 그 예측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5일 보도했다.
MCI 환자 339명(평균 연령 72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 중 72명은 나중 본격적인 치매 증상이 나타났고 나머지 267명은 치매로 이행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연구 시작 때 신경정신 행동 검사(NPI: neuropsychiatric inventory)와 노인 우울 척도(GDS: geriatric depression scale) 검사를 통해 불안 증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뇌 MRI를 통해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핵심 부위인 해마(hippocampus)와 내후각 피질(entorhinal cortex)의 용적(volume)을 측정했다.
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치매 위험을 높이는 변이유전자(ApoE4)를 지니고 있는지도 살펴봤다.
그 결과 치매로 이행된 MCI 환자는 다른 환자보다 해마와 내후각 피질의 용적이 적고 치매 변이유전자를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불안 증세가 있는 MCI 환자는 불안 증세가 없는 환자에 비해 치매로 이행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의외의 사실이 밝혀졌다.
불안 증세가 심한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몇 년 후 치매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 증세는 치매 관련 뇌 부위들의 용적 감소나 치매 관련 변이유전자 유무와 무관하게 독립적인 치매 예고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의 메리 사노 소장은 불안이 치매로의 이행을 촉진한다기보다는 불안 자체가 치매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저 증상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논평했다.
이 연구 결과는 북미 영상의학회(Radiological Society of North America)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s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