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기반폭력 피해자도 함께 기려…라마포사 대통령 "여성에 힘 실어줘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5일(현지시간)부터 닷새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희생자를 기리는 국가 애도기간에 들어갔다.
남아공은 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록다운(봉쇄령) 기간 급증한 젠더기반폭력(GBV) 희생자도 같이 애도하면서 이날부터 16일 동안 집중적으로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폭력 예방 캠페인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희생자를 기리는 애도 기간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조기가 내걸리며 국민들도 손목에 검은 밴드나 옷에 검은 리본을 착용하도록 권장된다.
데이비드 마부자 남아공 부통령은 이날 수도 프리토리아의 유니온빌딩 원형극장에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억제하는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지만, 국가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생명을 잃은 데 대해 슬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만1천여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지만, 방역 일선에서 목숨까지 바쳐가며 희생한 보건 직원들의 헌신 덕분에 완치자도 70만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애도 기간을 통해 저마다 유가족들과 연대하면서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자고 당부했다.
마부자 부통령은 또 "우리와 같은 민주적이고 인권 중심적인 국가에서 가부장제가 여성에 대한 억압의 문화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와 GBV·여성 살해는 남아공을 전례 없는 규모로 계속해서 집어삼키고 있는 두 가지 팬데믹이라면서, 16일간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어떠한 폭력도 없도록 활동하는 기간을 갖자고 촉구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도 이날 저녁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결국 남성 자신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주변의 성폭력에 맞서야 한다"면서 "아이들에게도 남녀간 성평등을 가르치고 성 문제에서도 여성이 '노'(No)라고 말할 때는 진짜 '노'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권익을 향상할 때 나라 전체의 권익이 향상된다"면서 특히 여성 기업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여성에 대한 경제적 불평등을 개선하는데 민간 기업이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팬데믹 전후로 GBV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계속 주지시키면서 자신의 임기 동안 일관되게 이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해왔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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