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수석부대변인, 장진호전투 기리며 "한국전쟁은 남침"
'내전' 주장 중국 교과서 사진·전문가 논문도 링크…사실상 '대변인 트윗'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김동현 기자 = 미국 국무부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시기에 6·25 전쟁에 대한 중국의 역사관을 '공산당의 선전'이라고 비판했다.
캘 브라운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장진호 전투 70년을 기리는 트윗을 올리며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운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5개의 트윗을 연속으로 올려 "장진호 전투 70주년을 맞아 우리는 장진호에서 싸운 한국과 미국 포함 2만6천여명의 유엔군 병사들을 기린다"면서 "그들의 영웅적 행위로 적의 적선을 뚫고 흥남항에 대피한 9만8천명의 피란민을 구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념일은 몇몇 사실을 인정하도록 해준다.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받아 한국을 침공하면서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중국 교과서들은 단순히 '내전 발발'이라고 기술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마오쩌둥은 북한의 한국 침략을 권장했지만, 동맹과 함께 주권과 자유를 수호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했다"면서 "중국 공산당의 선전이 진실을 묻어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70년간 중국 지도부는 책임을 피하려고 자국민에게 한국전쟁을 호도해왔다. 중국 당국자들, 언론, 심지어 교사들은 여전히 한국전쟁을 '미국의 공격에 저항하고 한국을 지원한 전쟁'으로 부른다"고 비판했다.
국무부가 6·25 전쟁에 대한 중국의 시각을 비판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 시점에 맞춰졌다. 전날 한국에 도착한 왕이 부장은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특히 왕 부장의 이번 방한에 대해서는 중국이 앞으로도 미중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인 한국과 관계를 관리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브라운 수석부대변인은 북한과 소련이 모두 남침 전에 중국에 동의를 요청했다는 내용이라며 선즈화 중국 화둥사범대 역사학 교수의 영어 논문을 링크하기도 했다.
선 교수는 한국전쟁 관련 설명을 했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 연설 내용을 부정한다는 신고가 들어가 강의가 중단되고 당국 조사를 받은 인물이다.
브라운 수석부대변인은 한국전쟁을 '조선 내전 발발'로 표현한 중국 교과서 사진도 찍어 트위터에 첨부했다. 장진호 전투 때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병사의 사진도 올렸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11일까지 함경남도 장진 일대에서 혹한 속에 벌어졌으며, 유엔군 약 1만7천명, 중공군 약 4만8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브라운의 이날 트윗은 중국의 역사 왜곡 시도를 겨냥해 6·25 전쟁을 북한의 남침으로 명확히 규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는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육아휴직으로 대변인 업무를 대행하고 있어 사실상 대변인 입장으로도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3일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6·25전쟁을 미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규정했으며, 중국 외교부는 6·25 전쟁이 남북 간 내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의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은 심지어 북한의 남침을 부인하면서 내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트윗을 통해 시 주석의 연설을 겨냥, "북한은 마오쩌둥의 지원으로 남한을 침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주한미국대사관도 이날 트위터에 브라운 수석부대변인의 트윗을 한글로 번역해 올렸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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