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한 방에 19명 같이 생활하면서 몸무게 12㎏ 빠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가 갑자기 니켈 원광 수출 중단을 선언한 뒤 관세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팬오션 한국인 선장이 285일 만에 가석방됐다.
팬오션 벌크화물선 팬베고니아호(PAN BEGONIA) 박민식(55) 선장은 26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전화 인터뷰에서 "어제 점심에 교도소에서 풀려났다"며 "가족과 동문,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선장은 "감옥 한 방에 19명이 같이 생활하면서 늘 무슬림 기도 소리 때문에 새벽에 깼는데, 오늘은 아침까지 호텔에서 죽은 듯이 잠을 잤다"며 "자유를 되찾았다는 점이 이제 실감이 난다"고 기뻐했다.
박 선장은 올해 2월 14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7월에 징역 1년이 확정된 뒤 현지 독립기념일에 1개월 감형받았다.
박 선장은 9개월을 복역해 10월 10일 자로 가석방이 가능해졌음에도 절차가 지연되자 지인들에게 "이러다 한국말을 잊어버릴까 걱정된다"며 도움을 청하는 서신을 보내 연합뉴스가 이를 보도했다.
박 선장은 "한국에 계신 노모께는 수감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이상한 생각이 드셨는지 자꾸 우셨다고 한다"며 "어제 출소하자마자 어머니께 전화드려 아들이 잘 살아 있다고 안심시켜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교도소에서 생활하며 더위와 모기·파리 등 벌레, 현지인 수형자들과 집단생활의 소란스러움, 불결함이 가장 힘들었다고 꼽았다.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보니 몸무게가 65㎏에서 53㎏으로 12㎏이나 빠졌다.
1992년부터 배를 탄 베테랑 선장인 박 선장은 "가족이 나보다 더 큰 고통을 받았다"며 가족에게는 미안함을, 회사에는 서운함과 유감을 표명했다.
팬베고니아호는 작년 10월 말 용선계약에 따라 술라웨시섬 포말라항에서 니켈을 싣고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니켈 광산들이 출항 직전 갑자기 니켈 원광 수출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발이 묶였다.
중국의 니켈 구매자와 인도네시아 공급자 간 이해 충돌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해를 넘겼고, 팬베고니아호는 올해 2월 니켈 원광을 실은 채 싱가포르로 출항했다가 붙잡혔다.
팬오션 측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대폭 강화했기에, 이를 어기지 않고자 싱가포르에 가서 저유황 연료를 싣고 인도네시아로 돌아오려 했다고 주장했다.
팬베고니아호는 인도네시아 당국이 배에 실린 니켈 원광을 처리한 뒤, 이달에서야 인도네시아를 떠나 싱가포르로 향했다.
박 선장은 징역 11개월이 끝나는 내년 1월 14일까지 인도네시아 까리문섬에만 있어야 하고, 매일 오전 이민청에 가서 섬에 계속 체류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박 선장이 가석방되도록 지원한 변창범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영사는 "한국인·동포분들에게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기댈 곳이 되어 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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