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중국이 전략물자와 첨단기술의 수출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수출관리법을 내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일본이 법 시행에 따른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수출관리법안을 가결했다.
내달 1일 발효하는 이 법의 핵심은 중국 당국이 자국 안보에 위해가 되는 전략 물품을 제3국으로 수출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대상 물품은 대규모 살상 무기 관련이나 생화학무기 등 테러 용도의 물품으로, 중국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구체적인 대상을 정하도록 했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 법 시행으로 중국의 수출허가제가 적용되는 전략물자에 희토류가 포함될 가능성에 일본 관련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희토류는 17개 원소의 총칭으로 소량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소재 성능을 높이기 때문에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핵심 물자다.
이 가운데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테르븀은 고성능 자석의 원료가 되고, 하드디스크 구동장치(HDD)나 전기자동차 (EV), 풍력발전기 모터 등에도 이용된다.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원소도 있다.
원래는 미국, 호주, 러시아가 주요 생산국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중국의 저가 수출 영향으로 다른 나라의 광산은 상당수가 생산 중단 상태다.
또 광석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문제도 있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중국이 세계 시장 점유율의 60%대를 차지하게 됐다.
일본은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수출관리법을 앞세워 외교적 대립 현안이 돌출할 경우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10년 중국발 희토류 쇼크를 겪었다.
양국 간에 영유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앞바다에서 중국 어선의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 충돌 사건이 발생한 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해 일본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일본은 2012년 중국의 수출 규제가 부당하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WTO는 2014년 일본 측 손을 들어줬다.
WTO에서 패한 중국은 이듬해 수출 쿼터 등을 폐지해 규제를 풀면서 희토류 생산업체를 6대 기업으로 집약하는 방법으로 국가관리 체제를 강화했다.
일본은 이 사태를 계기로 국내 소비량의 60일분 비축을 추진하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로 조달처를 다원화해, 희토류 수입의 중국 의존도를 90%에서 2018년 기준으로 60% 수준까지 낮춰 놓았다.
그러나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호주 등 다른 희토류 보유국이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모터용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등의 중(重) 희토류는 중국 이외 광산의 생산량이 극히 적어 중국을 배제하고는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은 센카쿠 영유권을 놓고 대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관리법이 시행되면 희토류 수출을 막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닛케이는 희토류 수요국들이 중국 정부 정책에 따라 조달을 우려하는 상황에 노출되게 됐다며 중국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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