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속 혁신' 택한 구광모…주요 계열사 CEO 대부분 유임

입력 2020-11-26 19:05   수정 2020-11-26 19:38

'안정 속 혁신' 택한 구광모…주요 계열사 CEO 대부분 유임
코로나19 경영 불확실성 고려…구본준 고문은 계열분리해 독립 경영 수순
LG그룹 177명 임원 승진…여성임원 15명 승진해 역대 최다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5~26일 단행한 취임 후 세 번째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근 경영환경을 고려해 큰 폭의 변화 없이 '안정 속 혁신'을 택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유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안정을 도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LG하우시스·실리콘웍스[108320] 등 5개 사 중심의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해 구본준 ㈜LG 고문의 계열분리를 추진하기로 했다.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친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의 4년 차를 맞아 계열 분리와 함께 사업재편 작업을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 LG유플러스 제외 계열사 CEO 모두 유임…"코로나19 불확실성 고려"
LG그룹은 사장 승진 5명, 부사장 승진 12명, 전무 승진 36명, 상무 신규선임 124명 등 177명의 임원 승진 인사와 CEO·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선임 4명 등 총 181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LG유플러스 하현회 대표이사 부회장은 물러나고, 황현식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이 신임 CEO로 선임됐다. 황 사장은 LG유플러스 내부 출신 첫 CEO다.
구본준 고문의 측근으로 알려진 하 부회장은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는 LG상사와 하우시스 등에서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내달 1일 새로 출범하는 LG화학 배터리 부문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 CEO에는 예상대로 LG화학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이 내정됐다.
그 외에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계열사 사령탑들은 교체 없이 내년까지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사장 승진자는 총 5명으로, 사장 승진자가 1명뿐이었던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이상규 사장, 실리콘웍스 CEO 손보익 사장,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손지웅 사장, LG인화원장 이명관 사장, ㈜LG CSR팀장 이방수 사장 등이다.


◇ 45세 '젊은 임원' 24명…여성임원 15명 '최다' 승진
승진 임원 177명 중 상무가 된 신규 임원은 124명으로 지난해 (106명)보다 많다.
신규중 45세 이하는 24명으로, 지난 2년간(각각 21명)보다 늘었다.
최연소 임원은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 지혜경 상무(37·여성)였고, 1980년대생 신임 임원은 3명이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는 미래사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하고 기회를 부여해 관성에서 벗어나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래준비의 기반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LG가 가속화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영역에서 성과를 낸 인재들과 R&D 및 엔지니어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젊은 인재에 대한 승진 인사를 확대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여성 임원들의 증가도 눈에 띈다. 전무 승진 4명, 신규 임원 선임 11명 등 역대 최다인 15명이 승진했다. 여성 임원 승진자는 재작년 6명, 작년 11명 등이었다.
LG디스플레이(김희연 전무)와 LG유플러스(여명희·김새라 전무) 등 2개 사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 전무를 배출했다. LG화학에서도 생명과학사업본부 처음으로 여성 전무(윤수희 전무)가 발탁됐다.
이로써 그룹 내 여성 임원 규모는 지난해 39명에서 부사장 1명, 전무 9명, 상무 41명 등 51명으로 증가했고, LG그룹 여성임원 비중도 2018년 3.2%에서 5.5%로 올라갔다.
임원 승진자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자동차전지 생산법인 개발담당 데니 티미크(Denny Thiemig, 독일인) 상무 등 외국 국적의 임원 3명도 포함됐다.
LG그룹은 이번 연말 임원인사와는 별도로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허성우 부사장 등 외부인사 23명을 수시로 영입해 순혈주의를 탈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구본준 고문, LG하우시스·실리콘웍스 등 5개사와 계열분리
구본준 고문을 중심으로 한 LG상사 등 5개 사의 계열분리 추진도 의결됐다.
LG그룹 지주사인 ㈜LG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LG의 13개 자회사 출자 부문 가운데 LG상사·실리콘웍스·LG하우시스·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
신설회사의 사내이사는 구광모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LG 고문이 대표이사를 맡게 되며, 송치호 LG상사 고문(대표이사), 박장수 ㈜LG 재경팀 전무로 구성했다.
구본준 고문이 새로운 신설 지주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신설 지주사를 이끌면서 LG그룹은 당분간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 지주사와 구본준 고문의 ㈜LG신설지주 양대 체제로 운영된다.
이는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를 위한 수순으로, 내년 5월 신설 지주사 설립 후 계열분리에 필요한 관련 절차 등이 마무리되면 신설 지주는 LG그룹에서 분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크다.
LG그룹은 경영권 갈등을 차단하기 위해 그룹 회장은 장자가 맡고, 다른 가족 일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독립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고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재계에서는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는 시간문제라고 예상해왔다.
이번 지주사 분리로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추진해온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분할 이후 존속회사인 ㈜LG는 그룹의 핵심인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주력하고 신설 지주회사는 LG상사와 하우시스, 실리콘웍스 등을 중심으로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회사를 육성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2021년 3월 26일 정기 주주총회 회사분할 승인 절차를 거쳐 5월 1일자로 존속회사 ㈜LG와 신설회사의 2개 지주회사로 재편해 출범할 예정이다.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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