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상 힌두 여성-무슬림 남성 키스 장면 등 비판·협박
'결혼 통한 개종' 처벌도 추진…야권·인권운동가 등 반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에서 최근 '종교를 초월한 사랑'이 보수 정치권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여권이 드라마는 물론 결혼, 광고 등에까지 모호한 잣대를 들이대며 협박하고 처벌 수단을 동원하는 분위기다.
최근 주요 표적은 넷플릭스가 현지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수터블 보이'(A Suitable Boy)다.
이 드라마는 비크람 세스의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1950년대 인도를 배경으로 청춘 남녀의 사랑을 그렸다.
힌두교도인 여성이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무슬림 남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극우 힌두교도 정치인들은 특히 여성 주인공이 힌두교 사찰을 배경으로 남성과 키스하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힌두민족주의 성향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청년지부 간부인 가우라브 티와리는 "이 장면은 힌두교도들의 감정에 상처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경찰은 최근 넷플릭스의 간부 2명을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티와리는 해당 장면이 '러브 지하드'(Love Jihad)를 조장한다면서 넷플릭스 보이콧도 주장했다.
이슬람 성전을 뜻하는 지하드에 사랑이 수식어로 붙은 이 단어는 극우 힌두교도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다.
무슬림 남성이 결혼을 통해 다른 종교를 믿는 여성을 강제로 개종하려 한다는 음모론적 시각이 배경에 깔렸다.
BJP가 집권한 일부 지방정부는 이와 관련해 처벌 규정 도입까지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힌두교 승려 출신 요기 아디티야나트가 주총리로 있는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다.
인구 2억명으로 인도 주 중에서는 인구가 가장 많은 이곳은 주민 80%가량이 힌두교도다.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 내각은 지난 24일 '결혼을 통한 불법 개종'을 강요한 이에 대해 최대 10년 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하는 법안 초안을 승인했다.
앞서 인도 유명 보석 업체인 타니시크는 지난달 종교를 초월한 결혼을 그린 광고를 내보냈다가 힌두교도의 항의로 중단하기도 했다.
광고는 힌두교도 신부가 무슬림 시어머니와 함께 '베이비 샤워'(baby shower·출산을 앞둔 임신부에게 아기용 선물을 주는 파티)를 준비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극우 힌두교도들은 이 광고 역시 러브 지하드를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인권 운동가와 야권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러브 지하드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 소수 집단의 탄압에 악용될 수 있으며 종교를 초월한 결혼은 법적 권리로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다.
연방의회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의 대표 정치인인 샤시 타루르는 "힌두-무슬림 간 결합이 그토록 기분 나쁘다면, 양 종교 간 통합의 오랜 상징인 인도는 왜 보이콧하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BJP가 2014년 집권한 후 보수 힌두교도의 목소리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시민권법 개정, 잠무-카슈미르 특별지위 박탈 등을 통해 무슬림 등 소수 집단 탄압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민권법에는 무슬림 차별적 요소가 담겼고, 잠무-카슈미르는 무슬림 주민이 다수인 지역으로 모디 정부의 조치에 따라 주민들은 취업, 부동산 취득 등에서 누리던 혜택을 잃었다.
이밖에 종교가 다른 이들끼리 결혼한 커플은 극우 힌두교도들로부터 협박과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종교 간 결합 커플을 지원하는 시민운동가 아시프 이크발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종교 간 결혼은 인도에서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매우 위험한 일이 됐다"고 우려했다.
인도의 힌두교도는 13억8천만명의 전체 인구 가운데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비중은 각각 14%와 2%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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