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사우디 왕세자, 네타냐후 만났지만 소극적…바이든 취임후 정상화 진행 원해"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해 중동 역학구도 바꾸려는 트럼프 시도 '암초'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이스라엘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왕세자를 만났지만 양국 간 관계 정상화 합의에는 실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관계 정상화 합의를 시도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전했다.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해 중동의 역학 구도를 바꿔놓고 이란을 압박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이 암초를 만난 셈이다.
아브라함 협정은 지난 9월 15일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체결한 관계 정상화 협정으로, 종교 간 화합의 의미를 담아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이름을 붙였다.
관계 정상화 협정에 소극적으로 나온 것은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미국 대선 결과 때문이라고 WSJ은 전했다.
빈살만 왕세자의 보좌관들은 "왕세자가 지금보다는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후 관계 정상화 합의를 진행하기를 원한다"고 귀띔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의 관계 정상화에는 동의하지만, 사우디의 인권 문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바이든 당선인은 2018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반체제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공작원들의 배후에 사우디 왕실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 중재로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 합의를 맺어야만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빈살만 왕세자 측 보좌관들은 말했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사우디와 관계를 정상화에 낙관적인 전망을 한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가 더 진전되길 기대한다"면서 "다만 그것이 30일 이내에, 60일 이내에, 6개월 후에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관계 정상화 합의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면서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몇 개월 내에 관계를 정상화하는 국가들이 더 나타날 것"이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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