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추진하는 한진그룹·산업은행과 사모펀드 KCGI를 중심으로 한 3자 연합이 치열한 여론 공방전을 펴고 있다.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임박한 가운데 양측 간 기 싸움이 더욱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2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하는 KCGI가 산은에 배정하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반발하며 낸 가처분 신청의 법원 결정이 30일 또는 다음 달 1일 나올 전망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양대 항공사 통합은 무산된다.
법원 결정을 앞두고 그동안 양측이 낸 자료 등을 토대로 양대 항공사 통합을 둘러싼 쟁점과 양측의 입장을 정리했다.
◇ "산은 3자배정 불가피" vs "의결권 없는 우선주로 가능"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출발점은 산은의 자금 투입이다. 산은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8천억원을 투입한다. 5천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3천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후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한진칼 참여 등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이 들어간다. 결국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지배 구조가 완성되는 셈이다.
산은은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불가피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의결권이 동반되는 한진칼 보통주 투자를 통해 직접 주주로 참여해야 건전·윤리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항공업 구조 개편 작업의 성공적 이행을 지원하려면 '콘트롤 타워'인 한진칼 투자가 최선의 대안이라는 점도 부각한다.
KCGI는 항공업 재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의결권 없는 우선주나 대출만으로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해외의 항공업 지원만 봐도 대출과 의결권 없는 주식 취득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내세운다. 국유화의 경우에만 공공자금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 산은의 한진칼 지분 확보…조원태 회장 백기사?
현재 KCGI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반도건설로 꾸려진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6.71%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41.4%)에 앞선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끝나면 산은이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하면서 양측의 지분율은 다소 내려간다. 산은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쥐는 셈이다.
KCGI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는 국민 혈세를 이용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라는 본질이 숨겨져 있다고 본다.
산은이 조 회장의 '백기사'가 될 3자 배정 유상증자라는 왜곡된 구조가 아니라 KCGI 등 기존 주주에게도 참여 기회를 주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실권주 일반공모) 등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산은은 '어느 일방에게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혔다. 의결권 행사는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 결정을 위해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기구를 통해서 하겠다는 얘기다.
◇ 아시아나 연말 위기론 vs 추가 부실 실사 없는 졸속 추진
산은과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에 연말까지 긴급히 필요한 자금이 6천억원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되면 긴급 자금 투입도 무산된다.
이럴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하락, 각종 채무의 연쇄적 기한이익 상실, 자본 잠식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등이 예상된다는 것이 산은과 한진그룹의 주장이다.
KCGI가 요구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2개월 이상이 걸려 긴급한 자금 수요를 맞출 수 없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KCGI는 아시아나항공의 추가 부실에 대한 아무런 실사 없는 졸속 추진이라고 강조한다.
합리적인 실사 없이 인수 계약을 하고 10여일 만에 자금을 집행하는 것은 납세자인 국민과 한진칼·대한항공 주주 등을 희생하는 '투기 자본 행위'라는 것이다.
국책은행이 '부실 덩어리' 아시아나항공을 정당한 절차 없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떠넘기는 것으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행렬이 이어지면 소액 투자자의 피해만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하기로 한 2조4천억원 가운데 불과 2천400억원만 집행된 가운데 '연말 위기론' 부각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 대주주 책임 있는 역할 등 구조조정 원칙 지켰나
KCGI는 경영주인 조 회장의 13억원 연봉 삭감이나 정석기업 지분 처분 등 아무런 자구 노력 조건 없이 인수 계약이 진행된 것은 졸속이라고 주장했다.
한진칼이 지켜야 할 7대 의무 조항도 산은이 주주가 아닌 채권자 지위에서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실패한 감시 감독이 성공하려면 더욱 정교한 계획이 필요하며 산은이 과도하게 관여하는 항공업 재편 방안에도 물음표를 던진다.
산은은 계열주인 조 회장이 한진칼 보유 지분 전부를 투자 합의 위반에 대한 담보로 제공했고,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경영진은 올해 4월부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금을 삭감한 점을 고려해도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이 지켜졌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통합 과정에서 구조조정 기업이 아닌 정상기업 한진칼 대주주에게 일방적인 사재 출연을 강요하는 것은 어렵다고 산은은 강조한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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