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군관사 '불법 사용' 헌재 판결·제헌절 등 변수 다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총리 퇴진과 군주제 개혁 그리고 군부 제정 헌법 개정을 요구하며 7월 중순 이후 4개월 넘게 계속 중인 태국의 반정부 시위가 12월에도 그 고삐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계엄령 선포나 쿠데타 발발 시나리오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정국 불안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12월 들어 첫 분수령은 내달 2일이 될 걸로 보인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군 관사 사용의 불법 여부에 대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쁘라윳 총리는 '권력 집단'인 군의 관행대로 201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전역한 후에도 군 관사를 이용해왔다.
지난 2월 부사관의 총기 난사 사고를 계기로 전역 군인들의 관사 사용 문제가 불거졌고, 야당이 쁘라윳 총리에 대해서도 이를 문제 삼았다.
그는 당시 "평생 국가에 봉사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 또 총리인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관사를 계속 이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헌재가 전역 후 관사 거주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리게 되면, 쁘라윳이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시위대 지도부 중 한 명인 파릿 치와락은 판결 당일 헌재 밖에서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10일 태국의 제헌절도 주목받고 있다. 시위대의 개헌 요구와 겹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태국 의회는 이달 중순 표결을 통해 시위대 지지를 받는 시민단체 'iLaw'의 개헌안을 부결시켰다.
iLaw 개헌안은 군부가 지명해 '꼭두각시'로 불리는 상원의원 250명이 총리 선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쁘라윳 총리처럼 하원의원이 아닌 사람이 총리직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군주제 개혁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았다.
의회는 대신 왕실 권한과 역할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헌법 입안위원회를 구성하는 안만 통과시키는 데 그쳤다.
따라서 제헌절을 전후로 시위대의 개헌 요구가 다시 거세질 수 있다.
타나꼰 왕분꽁차나 총리실 비서관은 이와 관련, 보안 당국이 12월 반정부 시위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일간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타나꼰 비서관은 그러면서도 보안 당국은 정국 해결 방안으로 한 쿠데타 발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 당국의 잇따른 부인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대는 쿠테타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일부 강경 왕실 지지파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쿠데타를 종용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지난 27일 시위대는 방콕 북부 시내에서 '쿠테타 방지 리허설' 이라는 이름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전날에는 방콕 시내 11보병연대 기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제1·11 보병연대는 지난해 왕실 칙령에 따라 왕실근위대 소속으로 편제가 바뀌었다.시위대는 두 부대를 왕실 휘하에서 복원시킬 것을 촉구했다.
집회에서 파릿은 "1·11 보병연대는 과거 국민을 탄압하는데 가담해왔다"며 "과거 쿠데타에서도 핵심 역할을 해왔다"고 비판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군주제 개혁을 외치는 동시에 군의 쿠데타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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