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 때부터 35년간 열악한 동물원 갇혀…짝잃고 8년간 홀로 지내며 '이상행동'도
팝스타 셰어·동물보호단체 석방 촉구 결실…"보호구역서 맘껏 노닐며 새 짝 찾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1살 때부터 열악한 동물원에 갇혀 지내고, 도중 짝까지 잃자 이상행동까지 보이며 많은 이의 안타까움을 산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코끼리'가 마침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30일(현지시간) 외신 및 캄보디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수컷 아시아 코끼리 '카아반'(Kaavan)이 이날 오후 캄보디아에 안착했다.
특수 제작된 대형 철제 상자에 탄 카아반을 실은 대형 수송기는 파키스탄에서 몇 시간을 비행한 뒤 시엠립 공항에 무사히 내려앉았다.
카아반은 곧장 차량으로 이동해 다음날(12월 1일) 오전에는 캄보디아 내 2만5천 에이커(101㎢) 규모 보호구역에서 새 삶을 시작할 예정이다.
카아반은 1985년 1살 때 스리랑카에서 파키스탄으로 왔다. 스리랑카가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카아반을 선물로 보내면서다.
이슬라마바드 마자가 동물원에 자리 잡은 카아반은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사슬에 묶여 생활했다.
5년 후인 1990년 스리랑카에서 이송돼 함께 살던 암컷 코끼리가 2012년 죽은 뒤엔 혼자 남았다.
섭씨 4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를 피할 그늘도 충분하지 않은데다 좁고 낡은 동물원에서 생활하던 카아반은 계속 고개를 까딱거리는 정형 행동까지 보였다.
정형 행동은 우리에 갇혀 사는 동물이 목적 없이 반복적으로 이상행동을 하는 것을 뜻한다.
그의 딱한 상황이 알려지면서 전세계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카아반을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코끼리'라고 명명하고, 수년 전부터 야생으로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팝스타 셰어도 캠페인에 본격적으로 가담했고, 20만명이 이에 호응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은 올해 5월 "동물원이 지난 30여년간 코끼리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며 "파키스탄 안이든 바깥이든, 코끼리를 적합한 보호구역으로 보내 고통을 끝내야 한다"고 명령했다.
결국 이슬라마바드 야생동물관리위원회도 카아반 이주에 적당한 야생 보호구역을 찾아 나섰다.
이후 캄보디아의 보호구역으로 이주시키겠다고 법원에 계획을 제출했고, 재판부가 7월 이를 최종 승인했다.
카아반을 보냈던 스리랑카 정부는 그를 다시 데려올 수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카아반을 캄보디아 보호구역으로 옮기는 작업이 본격화됐으며 셰어는 그에 소요되는 비용 일부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셰어는 카이반의 이동을 지켜보기 위해 지난 주말 파키스탄을 찾았고, 이날 역시 시엠립 공항으로 직접 나가 35년간의 '감금 생활'에서 풀려난 카아반의 새 삶을 축하해주기도 했다.
카아반이 이주할 캄보디아 야생보호구역에는 600마리 이상의 코끼리가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개월간 카아반의 건강 상태 등을 돌본 수의사 아미르 칼릴씨는 AP 통신에 "캄보디아의 보호구역에는 세 마리의 암컷 아시아 코끼리가 있다"면서 "카아반이 아마 새로운 짝을 만나, 함께 새로운 삶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her's Elephant Airlift (wt) ?? The Journey to Save Kaavan Premieres 2021 | Smithsonian Channel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