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충전으로 500㎞이상 주행…세단·SUV부터 고성능 모델까지 적용 가능
현대차 "배터리 독자 생산 필요성 못 느껴…국내 배터리 3사와 협력 만족"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2일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진행한 'E-GMP 디지털 디스커버리' 행사에서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기술적인 특장점과 새로운 고속화 모터, 배터리 시스템을 선보였다.
E-GMP는 전기차에 최적화된 차체 구조와 섀시, 모터, 배터리를 적용한 전용 플랫폼이다. 기존 전기차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활용해 왔다.
현대차[005380]에 따르면 E-GMP 기반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 이상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초고속 급속충전기 이용시 18분 안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5분 충전으로 10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가 등장하는 셈이다.
또한 E-GMP는 모듈화·표준화된 통합 플랫폼이기 때문에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고 제조 과정을 단순화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현대차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세단,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스포츠유틸리티차(SUV)부터 고성능·고효율 모델까지 다양한 차종과 차급의 전기차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 3.5초 미만, 최고 속도 260㎞/h의 고성능 모델도 구현할 수 있다.
E-GMP의 또다른 장점은 안전성과 공간 활용성이다. 현대차는 탑승객과 배터리 안전을 위한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대시보드 앞부분은 PE 시스템(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을 대체하는 전기차 구동 시스템)과 고전압 배터리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배터리를 차체 중앙 하단에 배치하면서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 기반 전기차와 달리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엔진과 변속기, 연료탱크 등이 차지했던 공간이 축소돼 실내 공간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짧은 오버행(차량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의 거리)과 긴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차축 간 거리)로 개성 있는 실내외 디자인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E-GMP에는 차세대 전기차를 위해 새롭게 개발한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 배터리 등을 탑재하고 크기와 무게를 줄여 성능과 효율을 최대로 끌어 올렸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도 특징이다.
E-GMP 기반 전기차는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기본으로 적용하되 400V 충전 시스템용 급속충전 시설도 별도의 부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최근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를 위한 초고속 충전 인프라가 늘어남에 따라 멀티 충전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캠핑 장소 등 야외에서 전자 제품을 작동시키거나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기 위한 일종의 보조배터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V2L'(Vehicle to Load) 기술도 탑재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준중형 CUV, 중형 세단, 대형 SUV 등 3종의 E-GMP 기반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기아차[000270]도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출시할 전용 전기차 모델 7개의 스케치 이미지를 공개한 바 있다.
파예즈 라만 현대차 아키텍쳐 담당 상무는 이날 행사에서 "E-GMP 플랫폼을 활용해 2025년까지 전용 전기차를 포함한 총 23종의 전기차를 선보이고, 전세계에 1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은 "E-GMP를 통해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차급까지 기술 리더십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어만 본부장은 배터리 기술 내재화 가능성에 대해 "국내 배터리 3사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어 독자적인 생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협력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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