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이란 의회에서 우라늄 농축 수준을 상향하고 유엔 핵 사찰을 거부하자는 법안이 1차 투표를 통과한 데 대해 이란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AP·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의회가 추진 중인 법안에 대해 "해로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이 법안에 동의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에 해를 끼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날 이란 의회에서 우라늄 농축 제한을 완화하고 유럽 국가들이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경우 유엔 핵 사찰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1차 투표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원자력 당국에 20% 수준의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고 나탄즈와 포르도의 핵 시설에 새 원심분리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서명한 유럽 국가(영국·프랑스·독일)가 한 달 안에 원유와 금융 부분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경우 유엔의 핵 사찰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란은 이미 20% 수준의 우라늄 농축에 성공한 바 있으나 2015년 미국과 JCPOA를 체결하면서 향후 15년간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 이하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재개하자 이란은 우라늄 농축 수준을 4.5%까지 높였다.
다만, 우라늄을 무기에 사용하려면 90%까지 농축률을 올려야 한다.
이란 의회의 우라늄 농축률 상향 움직임은 핵 무기 개발을 주도한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지난 달 27일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이란 정부는 파크리자데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를 지목하고 복수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발발로 이란이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일 경우 새로 출범할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와의 핵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차기 미 정부 출범 이후 "양국 관계를 트럼프 집권 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대미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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