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이든 시대 앞두고 양제츠 나서 '주변국 외교' 강조

입력 2020-12-03 19:05  

중국, 바이든 시대 앞두고 양제츠 나서 '주변국 외교' 강조
명보 "중국, 주변국·대국 동등 외교 정책으로 미세 조정"
소식통 "동맹 앞세운 바이든 시대 대비해 주변국 외교 불가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이 기존 대국 중심에서 주변국도 동등하게 중시하는 외교 정책으로 전환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3일 홍콩 명보(明報)는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양제츠(楊潔?)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지난달 30일 인민일보에 기고한 '적극적으로 양호한 외부 환경을 조성한다' 제목의 글을 주목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기고문에서 지난 10월 말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 회의(19기 5중전회)에서 결정된 14차 5개년(2021∼2025년)의 외교 부문 방향을 설명하면서 주변국과 대국을 중심에 두고 개발도상국 외교는 기초, 다자 외교는 중요 차원에서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대해 명보는 지난 2006년 이래 중국 외교는 대국 외교가 중심이고 주변국 외교는 그다음 우선 사항이었는데 양제츠 정치국원의 이번 발언에서 중국 외교의 미세 조정을 엿볼 수 있다고 평론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기고문에서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세계가 격변기에 접어들면서 일방주의와 패권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냉전 사고의 망령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국제 관계의 불공정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정치국원은 "대국간 조율과 협력을 추진해 안정적인 대국 관계의 틀을 만들고 친성혜용(親善惠容 이웃 국가와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의 주변국 외교 이념으로 주변국과 관계를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동맹을 동원한 대중국 포위 전략 구사를 공언함에 따라 중국도 미국 등 초강대국과 양자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대국 외교를 미세 조정해 주변국을 적극적으로 챙겨 미국의 동맹 전선 강화를 막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중(反中) 연합체 성격의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다자 안보협력체)에 힘을 쏟고 있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는 시각에서다.
아울러 미국이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 포섭에도 나서고 있어 쿼드와 아세안이 미국 편으로 돌아설 경우 미국은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만들어 중국을 완전히 포위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중국은 최근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관계 강화에 나서는 등 바이든 시대를 앞두고 주변국 회유에 힘쓰는 분위기다.
베이징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 때는 독불장군인 미국을 다뤄야해 대국 외교가 적합했지만 동맹을 앞세운 바이든 행정부에 대적하기 위해선 중국 또한 주변국 외교를 최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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