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조사, 형식적 절차에 그칠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하기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지역구 주민들을 도쿄의 고급 호텔로 매년 초청해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형사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 전 총리의 공설(公設) 제1비서와 사무직원 등 2명에게 정치자금규정법 위반(불기재)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뒤 약식기소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법원에 기소와 동시에 벌금형에 처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이어서 대상 피의자는 정식재판을 받지 않게 된다.
제1비서는 '벚꽃을 보는 모임' 행사 전날 도쿄의 고급 호텔에서 문제가 된 만찬 행사를 주최한 '아베신조후원회' 대표이고, 다른 사무직원은 제1비서의 보좌역으로 회계 실무를 맡았다.
아베 전 총리 측은 2차 집권을 시작한 후인 2013년부터 작년까지 정부 주최로 매년 4월 도쿄 도심 공원인 '신주쿠 교엔'에서 열린 봄맞이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맞춰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 인사 등을 도쿄의 고급 호텔로 초청해 전야제를 열었다.
전야 행사 참가자들이 음식값 등으로 낸 돈은 5천엔선으로, 호텔 측이 밝힌 최저 행사 비용(1인당 1만1천엔)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아베 전 총리 측이 정치자금 관련 명세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채 차액을 보전해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작년 11월 불거졌다.
이후 일본 전국의 변호사와 법학자 등 900여 명이 아베 전 총리 등을 공직선거법(기부행위) 및 정치자금규정법 위반(불기재) 혐의로 고발했고, 도쿄지검 특수부가 수사를 맡았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으로 판단해 입건할 대상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열렸던 행사로 국한될 전망이다.
검찰은 그 전의 행사에 대해선 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수지 보고서를 보관하는 기간이 만료된 점을 고려해 입건 혐의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아베 전 총리 측이 보전 비용과 참가자 회비 등을 포함해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 3천만엔이 처벌 대상이 된다.
제1비서와 사무직원은 검찰 조사에서 위법성을 인정하면서 본인들 판단으로 기재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과 기재하지 않은 금액의 규모를 고려해 약식기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아베 전 총리에게 조사 방침을 통보한 검찰은 그의 조사까지 마친 뒤 비서진의 약식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아베 전 총리를 상대로는 보전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국회에서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하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인이 사전 인지 사실을 부인할 경우 혐의 입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베 전 총리는 그간 국회 답변 등을 통해 보전 의혹을 계속 부인하다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후에는 보고 받은 내용을 그대로 말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견지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조사는 고발사건 처리를 마무리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그칠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지역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부분(공직선거법 위반)을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아베 전 총리 비서를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할 경우 봐주기 수사 및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고발인들은 아베 전 총리가 거짓말을 일삼은 점을 들어 지난 1일 정식기소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도쿄지검 특수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눈치 보기를 해서 수사의 손길을 늦추고 가벼운 처분을 선택한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질 것"이라며 아베 전 총리를 정식으로 기소해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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