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장관에 '오바마케어 수호자'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베세라 내정
멕시코 이민자 출신으로 가족 중 첫 대학졸업…히스패닉계 배려 차원도
코로나19 대응 관련 보건 사령탑 2인 내정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안용수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라틴계인 하비에르 베세라(62)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정권 인수 작업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당선인이 최근 며칠간 고심한 끝에 베세라를 가장 적합한 보건장관 후보로 낙점했다고 전했다.
베세라는 바이든 정부의 초대 법무장관 후보군 하마평에도 오르내렸던 인물이다.
이 밖에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취임할 경우 뒤를 이어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공천도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7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이던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상원에 진출하면서 그 자리를 채운 게 바로 당시 하원의원이던 베세라다.
NYT는 이번 인사와 관련, "깜짝 발탁"이라고 촌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베세라가 그동안 보건장관의 전형적인 이력을 지니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신자 중 자신과 손발을 맞췄던 인물을 주로 발탁했던 것과도 다른 양상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베세라가 미국 내 인구가 가장 많은 주에서 활동한 공직 경험을 살려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WP가 전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동안 베세라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포함한 강성 진보 진영이 주장한 전 국민 건강보험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을 지지했지만, 현재는 바이든 당선인의 건보 구상을 지원하고 있다고 WP가 설명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 법대를 졸업했고, 24년 간 로스앤젤레스를 대표하는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다.
의원 시절 세입위원회의 첫 라틴계 의원으로서 이민제도 감독에 깊이 관여한 것과 함께 라틴계 미국인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국립박물관 설립 추진에도 나서는 등 라틴계 목소리를 대변해온 것으로 잘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으로서는 공정한 사법제도, 이민 및 세금 정책 등을 중점적으로 다뤄왔다.
특히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 즉 '오바마케어'를 와해시키려는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에 맞서 이를 지키는데 앞장서 온 '오바마케어 수호자'로 불린다. '오바마케어' 폐지를 반대하는 20여개 민주당주 연합을 이끄는 역할도 했다.
또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캘리포니아주에서 법무장관 시절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이민, 환경 등 각종 이슈를 놓고 누구보다 많은 소송을 제기한 인물로도 회자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재임 동안 연방정부를 상대로 100번이 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지명은 무엇보다 바이든 당선인의 '라틴계 인사 중용', '자수성가한 라틴계 이민자 출신'이라는 측면에서도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이민자인 모친을 둔 베세라는 상원 인준 통과 시 미국의 첫 라틴계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NYT는 베세라 장관 측 인사를 인용해 그의 부모 모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그가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의 초대 보건장관은 무엇보다 사상 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된다는 점에서도 인선에 관심이 쏠렸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총괄할 '차르'(러시아어로 왕), 즉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으로 최근 제프 자이언츠를 선임하는 등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인선을 서두르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차기 국장에는 감염병 전문가로 여성인 로셸 왈런스키 박사를 낙점했다고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들이 6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당선인이 보건복지 분야의 나머지 인선도 이번 주 중 추가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인사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내각 인선을 놓고 의회 내 히스패닉계 코커스에서 라틴계 출신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제기된 것을 달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NYT는 "최근 바이든 당선인은 내각에 라틴계 출신을 늘려 다양성을 꾀해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고 전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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