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적극 대응 나서…정부 "어렵지만 가야 할 길"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정부가 7일 대대적인 추진전략을 발표한 '2050 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으로 부상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배출량-흡수량)을 '0'(넷제로)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지난해 한국을 포함해 121개 국가가 가입한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이 설립되면서 중요 의제로 부각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파리협정에 따른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의 유엔(UN) 제출 시한이 연말로 다가움에 따라 주요국은 탄소중립 선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12월 유럽연합(EU)에 이어 올해는 중국(9월 22일), 일본(10월 26일), 한국(10월 28일)이 잇따라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공약으로 탄소중립을 제시했다.
◇ 탄소중립 향해 경제질서 바뀌고 신시장 창출
이처럼 탄소중립이 전 세계 공통 목표가 되면서 경제 질서 역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은 이에 맞춰 경영 활동을 전환하게 된 것이다.
EU와 미국은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를 본격화했다.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약한 국가의 상품을 규제가 강한 국가로 수출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또한 EU는 자동차 배출규제를 상향하고 플라스틱세를 신설하는 등 환경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등 주요 국제기구도 탄소세 인상, 기후변화위험 금융감독 관리체계 구축 등 선제 대응을 권고하고 나섰다.
민간 부문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금융사의 RE100 참여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늘고 있다.
RE100은 기업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으로 현재 260여개 기업이 참여를 선언했다.
ESG는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것이다. ESG 관련 전 세계 투자 규모는 GSIA 조사 결과 2014년 18조달러에서 2016년 23조달러, 2018년 30조달러까지 확대됐다.
친환경 시장도 성장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올해 1천398GW(기가와트)에서 2025년 2천349GW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SNE리서치는 전기차 확대에 힘입어 세계 리튬이온전지 시장 수요가 작년 기준 198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3천392GWh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국들은 친환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EU는 그린딜에 향후 10년간 1조유로를 투자하기로 했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10년간 1조7천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 여건 취약하지만, 뒤처지면 세계 경제서 도태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목표를 실현하기엔 여건이 녹록지 않다.
국내 온실가스배출량은 2018년(7억2천760만t)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배출정점 이후 탄소중립까지 남은 기간은 32년에 불과해 EU(60년)나 일본(37년)보다 촉박한 편이다.
산업 구조에서 제조업 비중과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 등 업종의 비중이 큰 것도 탄소중립을 조기에 실현하기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및 에너지 다(多)소비 업종 비중은 지난해 기준 각각 28.4%, 8.4%로 EU(16.4%·5.0%), 미국(11.0%·3.7%)보다 모두 높다. 에너지 믹스(구성) 면에서도 석탄발전 비중(40.4%)이 미국(24.0%), 일본(32.0%), 독일(30.0%)보다 크다.
이런 여건에서 산업구조가 고탄소에서 저탄소로 바뀌고 신재생 에너지가 확대되면 산업계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화력발전, 내연기관차 등 기존 산업 기반이 약화하는 데 따른 일자리 감소와 전기요금, 난방비 등 공공요금이 상승하는 등 물가 상승도 우려된다.
그럼에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산업 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새로운 국제질서 대응을 위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탄소중립에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주력산업의 투자 및 글로벌 소싱(대외구매) 기회가 제한되는 등 수출, 해외 자금조달, 기업신용등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EU, 미국 등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면 석유화학, 철강 등 고탄소 집약적인 국내 주력 산업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에 국내 산업계가 보유한 배터리, 수소 등 우수한 저탄소 기술과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하면 탄소중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대전환 시대를 맞아 탄소중립은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행동으로 연결하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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