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변창흠 '부동산 난맥' 해결할 실용적 대책 제시해야

입력 2020-12-07 16:42  

[연합시론] 변창흠 '부동산 난맥' 해결할 실용적 대책 제시해야

(서울=연합뉴스) 아파트 가격 급등과 뒤이은 전세난의 와중에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된 변창흠 후보자에 대해 기대와 의구심이 교차하고 있다. 그에게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들은 그 근거로 도시계획을 전공한 학자ㆍ 교수로서 갈고닦은 식견과 서울시도시개발공사(SH),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으로 일하면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실무 감각을 든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장 원리보다는 투기 억제와 불로소득 환수를 강조하는 입장을 드러내 온 만큼 규제 일변도였던 김현미 현 장관과 정책 면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적 전망이 대표적이다. 야권에서는 벌써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실행에 옮긴 대표 주자"라거나 "부동산 정치를 통해 분열과 갈등을 촉발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변 후보자를 몰아세운다. 야권 관계자들의 날 선 발언에서 이번에 지명된 장관 후보자 4명의 인사청문회에서 주된 공격 대상은 변 후보자가 될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된다.

변 후보자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극도로 언행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7일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주택 정책 방향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구체적인 답변을 삼가며 "청문회를 통해 여러 검증을 받은 다음 정책 방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가 교수 시절부터 주장해온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 등 '공공자가 주택' 도입에 관해서도 "아직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땅의 소유권은 정부에 남겨두고 건물만 팔아 분양가를 낮추는 제도이며, 환매조건부 주택은 건물의 처분권만 제한해 매각할 때 LH 등 공공에 되팔게 하는 제도다. 이 같은 제도는 분양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부동산 가격 안정과 서민 주거복지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시세 차익을 공적으로 환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고 일부 시범 사업도 펼쳐졌지만, 크게 활성화하지는 못했다. 여기에는 '내 집'에 대한 일반 국민의 뿌리 깊은 열망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대규모로 사업을 펼쳐 보겠다는 정부와 시행기관의 의지가 부족했던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변 후보자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평소 지론으로 강조해온 공공자가 주택 사업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변 후보자는 학자로서뿐만 아니라 LH 사장으로서 이 제도가 시범사업의 형태로 실현되고 또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관심에서 멀어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국토부 장관직을 수락할 정도로 공직에 대한 꿈이 있었다면 그동안 이 제도의 문제점과 현실적인 보완 대책을 누구보다 깊이 연구했을 것이다. 변 후보자는 도시재개발에 관해서도 아이디어를 내 실행에 옮긴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벌인 뉴타운 사업을 비판해온 그는 SH 사장 시절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이는 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초석이 됐다. 뉴타운 사업과 같은 '전면 철거 후 개발' 방식 대신 공동체 가치를 유지하면서 주거환경을 정비하는 도시재생 뉴딜 역시 적절히 보완하면 새로운 주택공급 방식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학자로서 쓴 글 등을 근거로 변 후보자를 '이념에 매몰된 반(反)시장주의자'로 매도하기도 하지만, 그의 글을 보더라도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변 후보자는 2014년 공저한 '민주 정부 10년, 무엇을 남겼나'에서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 것은 평등주의와 균형주의의 신념을 부동산 정책에 과도하게 적용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념의 과잉'이 경계 대상인 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거센 불길에 휩싸인 형국이다. 당장 이 불을 끄기 위해서는 준비된 대안이 필요하다. 변 후보자는 자신이 국토부 장관으로 발탁된 첫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24전 24패'로 일컬어지는 전임자의 실패를 답습할 여유는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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