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모범국→외국인노동자 기숙사 폭증 '추락'→신규 확진·지역감염 한 자릿수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다보스 포럼이 내년 5월 스위스가 아닌 싱가포르 개최가 결정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싱가포르가 겪었던 '롤러코스터'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7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2021년 특별 연례 회의를 5월 13∼16일 싱가포르에서 소집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현 상황을 고려해 심사숙고 끝에 싱가포르가 회의 개최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1971년 시작된 다보스포럼이 스위스 밖에서 개최되는 것은 2002년 미국 뉴욕에 이어 두 번째이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여전히 심각한 가운데서도 싱가포르 상황이 긍정적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싱가포르의 올 한해 코로나19 상황은 부침을 겪었다.
3월 초만 해도 대만·홍콩과 함께 방역 모범국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도시국가라는 특성을 감안, '한번 확산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초기부터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 등을 취한 결과였다.
자가 격리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외국인에 대해 영주권을 박탈하거나 기소 방침을 밝히는 등 강력히 대응한 것도 효과를 봤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3월 하순 개학을 강행한 뒤 지역감염 사례가 생각 이상으로 늘었다.
개학 직전 누적 확진자는 509명이었지만, 2주도 채 안 돼 1천49명으로 급증했다.
개학 결정이 국민에게 "이제는 안전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줌으로써 방심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 30여만 명 대부분이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코로나19의 '둑'이 터졌다.
한 방에 12~20명이 모여 생활하고, 음식은 공동 주방에서 해 먹는 환경이 코로나19 숙주가 된 셈이었다.
기숙사에서 하루 1천 명 이상 신규확진자가 나오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4월에는 동남아 최대 코로나19 환자 발생국이라는 오명의 주인공이 됐다.
세계 각국에서 '방심하면 싱가포르처럼 된다'는 말이 자주 거론됐다.
이후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19 검사를 강화하고 추가 숙소를 확보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8월 하순 정부는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격리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코로나19 발생은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확진자 및 접촉자 동선 추적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트레이스투게더(TraceTogether) 애플리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스마트폰이 없는 노령층 등을 위한 동선 추적용 토큰도 배포했다.
9월 들어 신규 확진자가 40명대로 안정세를 보였고, 10월 초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그 수가 한자리(6명)를 기록하며 안정세가 공고해졌다.
6일의 경우, 신규확진자는 5명이었고 지역감염자는 없었다고 보건부는 밝혔다.
지난주 통틀어서도 지역감염자는 2명에 불과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말까지 집밖에서 모일 수 있는 인원수를 기존 5명에서 8명까지로 넓히는 등 관련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또 기업 또는 정부로부터 초청을 받아 방문하는 기업인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격리를 면제하는 '신속 통로 제도'도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그리고 독일과 시행 중이다.
찬춘싱 통상산업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다보스포럼 개최지 결정은 싱가포르의 코로나19 사태 대처에 대한 국제사회의 상당한 신뢰와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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