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폐허 딛고 70년만에 '신흥 선진국' 대열 합류
경험 살려 개도국 농업개발 원조·식량안보 강화 지원까지
(서울=연합뉴스) 윤지현 기자 = 과거 일제 식민지배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원조 속에 새 나라의 첫발을 내디뎠다.
1950년대 미국으로부터 받은 원조는 17억 달러로 당시 대한민국 정부 예산 절반에 가까운 수치였다.
약 70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세계 유일의 국가로 꼽힌다.
'전쟁고아'가 넘치는 빈곤국 대한민국은 이제 다른 개발도상국의 농업개발을 지원하고 전쟁 후 회복을 돕는 명실공히 '원조 공여국'으로 자리매김했다.
9일 '2020 글로벌 코리아 박람회'에 모인 우리나라 정부와 공공·민간기관들은 이 같은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후발주자를 돕는 선도국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직접적인 식량 원조뿐 아니라 농업개발·식량안보 지원
우리 정부는 2018년부터 식량원조협약(FAC)에 따라 유엔 산하 식량 원조 전문 국제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연 5만 톤의 원조용 쌀을 해외에 지원한다.
식량의 직접 지원뿐 아니라 해외 저개발국이 농업 기술을 습득해 자립하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다각도로 이뤄진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11년부터 인도네시아 중부 칼리만탄 지역 농업개발, 가나 다웨냐 지역 농촌종합개발 사업 등을 벌여 현지 농가 소득향상과 생활여건 개선에 힘썼다.
인도네시아 서부 따룸수로 개보수 사업, 필리핀 파사댐 저류시설 건설사업, 태국 쁘란부리 스마트 물관리 사업 등 기초 관개 시설을 갖추는 사업도 병행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6년 농업정책 컨설팅 사업 일환으로 모잠비크 소농을 위한 농업기술 보급 체계를 구축해 우리나라의 선진 농업기술과 경험을 전수했다.
또 한·중·일 및 아세안 10개국과 공동으로 식량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쌀 비축 시스템'을 구축, 개도국의 식량안보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 전쟁 후유증 겪는 국가들에 새 기반 마련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한 우리나라는 타국의 전쟁 상흔을 치료하는 일에도 주력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은 메콩강 지역에서 불발탄·지뢰 제거 사업을 꾸준히 한다. 인력 육성 등 현지 전담기관 역량 강화와 피해자 지원, 지뢰안전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코이카 측은 "2014~2018년 진행된 라오스 불발탄 제거 1차 사업을 통해 라오스의 연간 불발탄 사상자 수가 당초 300명에서 75명 이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메콩 4개국(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은 인도차이나 전쟁과 내전 중 사용된 집속탄과 지뢰로 끊임없이 사상자가 발생하며, 불발탄과 지뢰에 따른 오염으로 지역 발전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코이카는 불발탄·지뢰 제거를 추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이들 지역에 '지뢰 없는 평화 마을'도 조성키로 했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개발 토대를 마련해 평화로운 농촌 공동체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코이카 관계자는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에도 상당한 지뢰가 매설돼 전쟁 후유증을 겪는 이들 국가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며 "비슷한 경험을 지닌 이웃 나라로서 전쟁 상흔을 치유하는 일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y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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