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소규모 임상시험 준비…"공무원 대신 민간 전문가 활용해 세계 최초 백신 접종"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영국이 화이자 백신과 옥스퍼드 백신을 혼용해 접종하는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백신을 함께 쓰면 면역 반응이 더 강화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영국 백신 태스크포스 수장은 전날 예상대로라면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곧 사용 승인을 받을 것이라면서, 새해에 두 백신을 같이 쓸 수 있는지를 알아볼 소규모 임상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첫 번째 접종 후 이를 촉진하는 접종을 3주 후에 해야 한다.
이에 비해 임상시험에서는 처음에 화이자 백신을 쓰고 그다음에 옥스퍼드 백신을 쓰는 방안을 검토한다. 거꾸로 옥스퍼드 백신을 먼저 쓸 수도 있다.
백신 태스크포스의 여성 위원장인 케이트 빙엄은 이런 두 접근이 서로를 보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이와 관련,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면역 반응의 힘을 최대화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표면에 돋아나 있는 쇠뿔 모양 돌기인 단백질 '스파이크' 성분을 타깃으로 삼지만, 작동 방식은 다르다.
옥스퍼드 백신은 침팬지의 아데노바이러스에 기초해 있어서 유전 물질을 세포 안으로 나른다.
이에 비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을 써서 이들의 신호를 교란한다.
이는 곧 백신이 면역 시스템에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옥스퍼드 백신은 더 많은 T-세포를 생산한다.
항체와 다른 면역 수단인 T세포는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침입자를 식별하고 공격하는 백혈구의 일종이다.
T세포는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거나 감염된 세포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막는 항체와 구별된다.
빙엄 의장은 "항체는 바이러스의 세포 내 흡수를 막으며, 세포인 T-세포는 감염 세포를 파악해 내다 버린다. 이상적으로는 두 방법을 다 할 수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태스크포스의 부위원장인 클라이브 딕스는 임상 관련 예규를 만들고 있다면서, 단지 소규모의 시험만 필요할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에는 면역 반응을 위한 한 달 후 혈액 검사도 포함된다.
그는 두 백신을 혼용함으로써 백신 배급 물류가 더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태스크포스는 영국에서 쓰기 위한 백신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빙엄 위원장은 영국이 세계에서 첫 번째로 백신을 쓰게 된 데는 부분적으로 이 문제를 공무원들의 손에서 빼내기 위한 이례적 결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편하긴 했지만 민간 부문 전문가들을 정부로 데려와 일을 빨리 처리한 것이 제대로 작동했다"면서 공무원들은 백신 임상시험과 제조에 있어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첫 번째 투여 분량은 이미 벨기에에서 도착한 가운데 옥스퍼드 백신도 승인될 경우 첫 분량이 독일에서 배송될 예정이다. 추후 분량은 영국에서 제조하기로 돼 있다.
태스크포스의 백신 제조를 담당하는 이안 맥커빈은 "모든 백신이 크리스마스 이전과 연말 전에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유럽에서 영국 내로 백신을 들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커빈은 로이터통신에 1억 회분에 달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대다수인 80% 이상이 올해 1차분만 제외하고 영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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