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EU, 아일랜드 국경 통관·검역절차 합의…일단 '한숨'

입력 2020-12-09 02:00  

영국-EU, 아일랜드 국경 통관·검역절차 합의…일단 '한숨'
영국, '탈퇴협정 무력화' 논란 국내시장법안 조항 삭제키로
무역협정 협상 합의와는 별개…'노 딜' 가능성 여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이 논란이 된 '국내시장법안'(The internal market bill) 일부 조항을 삭제키로 하면서 유럽연합(EU)과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관련 합의에 도달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BBC 방송에 따르면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과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에서의 통관 및 검역 절차 등에 관해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협약 관련을 포함해 모든 이슈에 대한 원칙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는 현재 막판 논의가 진행 중인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과는 별개다.
앞서 영국과 EU는 이른바 이혼조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한 뒤 EU 탈퇴협정을 체결했다.
영국은 이를 토대로 지난 1월 말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했다.
양측은 탈퇴협정에서 가장 이슈가 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 간 교역과 관련한 내용을 '북아일랜드 협약'(Northern Ireland Protocol)에 담았다.
이에 따르면 브렉시트 전환기간 이후에도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의 영토에 속하지만, EU 단일시장에는 남아있는 만큼 EU 규제를 따라야 한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를 이행할지에 관해서는 양측이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영국이 지난 9월 EU 탈퇴협정을 무력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국내시장법안을 내놓으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국내시장법안에 따라 영국 전체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경우 북아일랜드는 EU 규제를 따르기로 한 탈퇴협정 내용을 무력화하게 된다.
또 탈퇴협정에서 북아일랜드 사업자들은 영국의 다른 지역에 상품을 수출할 경우 통관서류를 작성해야 하는데 국내시장법안에 따르면 이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EU는 탈퇴협정 이행은 국제법에 따른 의무라면서 영국이 문제의 내용을 철회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영국 집권 보수당은 이번 주 하원에서 국내시장법안 토론을 거친 뒤 정식 입법을 위한 최종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영국 정부는 그러나 전날 갑자기 국내시장법안에서 논란이 된 일부 조항을 삭제 내지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정부가 양보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날 영국과 EU 간 협상에서는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과 관련한 세부 이행사항에 대해 양측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수출 신고가 필요한지, 의약품 및 식료품 공급과 관련한 규칙은 무엇인지, 동식물 검역과 관련한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에 관한 내용에 의견 일치를 이뤘다.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이날 합의가 향후 국경에서의 통관 및 검역 절차와 관련한 명확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한편으로는 "상대에 대한 신뢰를 제공, 미래관계 협상에서 진전을 만들어내는 긍정적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말 종료되는 전환기간 이후 영국은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떠나는 '진짜' 브렉시트를 하게 된다.
양측은 그러나 미래관계 협상에서 공정경쟁환경, 어업, 분쟁 해결 거버넌스 등 세 가지 주요 쟁점을 두고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상이 결렬돼 영국이 내년 초 실질적인 '노 딜' 브렉시트를 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날 통화에서 막판 합의가 가능한지 살펴보기 위해 수일 내 직접 만나기로 했다.
존슨 총리는 EU 정상회의가 예정된 10∼11일을 피해 브뤼셀로 건너갈 것으로 알려졌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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