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일 뒤면 떠날 트럼프, 대북제재까지 끌어와 대중 막판공세

입력 2020-12-09 04:51  

40여일 뒤면 떠날 트럼프, 대북제재까지 끌어와 대중 막판공세
북한에 '임기종료까지 제재 고삐' 메시지 보내며 중국의 대북제재 불이행 직격
임기말 쉴새없이 대중 강공조치…지지층 반중정서 자극·바이든 입지축소 의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임기를 40여 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대중국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의 국익 위협이나 홍콩의 자치권 침해 말고도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거듭 문제 삼으며 압박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대중 강경책을 예고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분야 등에선 중국의 협력을 얻어내야 하는 터라 트럼프 행정부의 막판 대중 공세가 달가울 리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20일이면 바이든 당선인에게 백악관을 내주는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들어 강도 높은 압박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며 중국을 몰아쳤다.
8일(현지시간) 재무부가 단행한 북한의 석탄 밀수출 제재 역시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제재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대북 메시지의 성격이 있지만 동시에 중국을 직접 표적 삼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부 보도자료에도 아예 중국 당국에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하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중국 내에서 대북제재 회피를 돕는 개인과 회사, 선박 등에 대해 중국 정부가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재무부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미국인과의 거래 금지 등의 조치를 당하게 되는데 실질적 타격 자체는 크지 않다.
그러나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합의를 지속해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 중국의 위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미국이 겨냥하는 지점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들어 중국의 대북제재 불이행을 연달아 공략해왔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전날 중국에 대북제재 이행을 공개적으로 촉구했고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도 지난 1일 500만 달러의 포상금을 내건 대북제재 회피 사이트를 개설했다며 중국을 직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전날 중국과 북한 사이에 이뤄지는 석탄 밀수출의 노골적 사례가 국무부 고위당국자들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보도됐다. 미 정부는 WSJ에 위성사진까지 제공, 여론전 수위를 높였다.

미국의 국익 침해나 홍콩의 자치권 위협과 관련한 대중 강공책 역시 심상찮은 수준에서 이어지고 있다.
전날엔 중국의 최고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몽땅 미국 제재 명단에 올렸다.
한국으로 치면 국회부의장 격이다. 중국 지도부 내 서열 3위인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아 미국이 수위를 조절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국회부의장 수준의 고위 인사를 무더기로 제재했다는 점에서 중국에 작지 않은 타격이다.
중국 공산당원과 직계가족의 미국 방문비자 유효기간 상한을 10년에서 한 달로 대폭 단축해버린 지난 3일 조치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중국의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 등 4개 업체를 미 국방부의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공세는 미·중 무역합의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중국을 최대한 밀어붙여 지지층의 반중정서를 공고히 하고 바이든 당선인의 향후 대중 전략 입지를 축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바이든 당선인 역시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할 태세지만 역점 과제로 꼽는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 있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리는 대외전략의 청사진에 트럼프 행정부의 막판 대중공세가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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