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김세훈 박사 "암표적성 초분자 펩타이드 광치료제 개발…부작용 없이 반복치료 가능"
기초단계 연구…장기간 추가연구와 전임상·임상시험 등 필요해 실제 환자 적용 시기는 예상 못 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한 번 주사로 암조직 주변에 2~4주간 머물면서 서서히 방출돼 부작용 없이 반복적으로 항암 광치료를 할 수 있는 암 표적성 광치료제 기술을 개발하고 효과를 쥐실험으로 확인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0일 테라그노시스연구센터(KU-KIST 융합대학원) 김세훈 센터장 연구팀이 서울대 이윤식 교수, 고려대 안동준 교수와 함께 단 한 번의 주사와 반복적인 광치료로 부작용 없이 암을 제거할 수 있는 암 표적성 광치료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빛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광치료는 레이저에 반응해 활성산소를 방출, 암세포를 파괴하는 광민감제를 주사로 주입해 암 조직에 축적시킨 후 빛을 쏘아 암세포만 파괴하는 기술이다. 암세포 주변 조직에 피해를 주는 방사선 치료나 일반 화학요법보다 부작용이 적어 반복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광민감제는 1회만 사용할 수 있어 반복 치료를 하려면 시술할 때마다 광민감제를 투여해야 하고, 치료 후 남은 광민감제가 피부나 눈에 축적돼 빛에 의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광치료 후 환자를 일정 기간 햇빛이나 실내조명 등으로부터 격리하는 게 권장된다.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암 조직 내에서만 활성화되는 광민감제가 개발되고 있으나 여전히 독성이 있고 시술할 때마다 주사해야 하는 문제는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암 조직만 선택적으로 표적화할 수 있는 고리형 펩타이드(internalizing RGD peptide, iRGD)를 골격으로 광민감제와 빛의 지속 시간을 짧게 하는 소광제를 적절히 설계해 암 조직 내에서만 광화학 특성이 활성화되는 광민감제를 개발했다.
이 광민감제는 생체에 주사하면 체온에 의해 활성화되면서 초분자 배열로 뭉쳐 암세포 주변에 일종의 펩타이드 저장고(peptide depot)를 형성한 뒤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방출돼 암세포에 결합, 반복적인 광치료를 가능하게 해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광치료제를 뇌종양이 이식된 생쥐 모델에 적용한 결과, 한 번 주사로 광민감제가 암 조직 주변에 저장되고 2~4주간에 걸쳐 서서히 방출되며, 방출된 광민감제는 종양에만 선택적으로 표적화해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사 후 이틀 간격으로 5차례에 걸쳐 붉은빛을 쪼이는 광치료를 한 결과 암 주변 조직이나 주요 장기가 파괴되는 독성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암 조직만 제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연구는 물질 개발과 동물모델 실험 등 기초 단계로, 환자 치료에 적용하려면 장기간의 추가 연구와 여러 단계의 전임상 및 임상시험이 필요해 실제 환자에 적용 가능한 시기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김세훈 박사는 "생체 내에 주사하면 추가 보조제 없이도 초분자 자기조립을 통해 저장고를 형성하는 암 표적성 펩타이드 광치료제를 개발했다"며 "암 주변에 한 번 주사한 뒤 장기간 독성 없이 광치료를 반복해 암을 제거할 수 있어 향후 광의학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나노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 최신호에 게재됐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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