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대북 제재까지 꺼내 들자 중국도 대응 방안 고심
왕이 "미중 관계 미래는 미국의 현명한 선택에 달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정권 막바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공산당을 집요하게 압박하자 중국 정부가 초강수 반격에 나섰다.
중국은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막바지 '중국 때리기'에 그동안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으나 미국의 포위망이 중국 공산당으로 좁혀들어옴에 따라 강력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공산당을 건드리다니'…5개월만에 美대사급 초치
9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중국의 지배 세력인 공산당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자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긴장한 상황이다.
미국 재무부는 7일(현지시간) 홍콩 야당 의원들이 자격 박탈 조치를 당하자 왕천 등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이들과 직계 가족은 미국 방문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4일에는 비판 세력에게 억압적 활동을 한 중국 공산당 당국자와 공산당 산하 통일전선공작부에서 활동 중인 개인에 대해 비자를 제한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중국 공산당원이나 직계 가족이 취득할 수 있는 미국 방문비자의 유효기간 상한을 기존 10년에서 겨우 1개월로 단축하는 제한 규정을 도입한 바 있다.
중국 내 공산당원은 9천200만 명으로 이들의 가족을 포함하면 이 조처로 2억7천여만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 등을 통해 중국 공산당원 중에 미국에 살거나 재산이 있는 사람이 적어 중국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연일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및 서구 매체들은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재산이 미국에 많고 자녀들이 미국에 유학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막판에 중국 지도부에 가장 타격을 줄 수 있는 곳을 공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지도부를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지난 8일 로버트 포든 주중 미국 대사 대리를 초치해 전인대 부위원장 등에 대한 제재에 강력히 항의했다.
정 부부장은 "미국의 야만적인 행위", "중국 인민의 분노" 등 강력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미국에 잘못을 즉각 바로잡지 않으면 이로 인해 일어날 심각한 결과는 미국이 고스란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주중 대사급을 초치한 것은 지난 7월 이래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을 이유로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끝내는 행정명령과 제재 법안에 서명하자 중국 정부는 당일 저녁 테리 브랜스태드 당시 주중 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불만과 보복을 경고하는 강수를 뒀다.
한 소식통은 "적지 않은 중국 지도층의 자녀들이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지도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른 셈"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이 주중 미국 대사급을 초치한 것은 중국 공산당을 더는 건들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로 미국의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추가 조치가 나올 경우 강력한 보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 중국, 트럼프의 '대만·북한 카드' 압박에 대응 고심
중국은 홍콩 문제뿐만 아니라 대만과 북한 카드까지 미국의 대중국 압박 카드로 등장함에 따라 대응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중국 전인대에 대해 제재를 가한 7일 대만에 새로운 무기 수출을 승인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성명을 통해 "이번 수출로 대만의 안보 능력을 높이고 아시아 지역에서 정치 안정과 군사 균형, 경제 발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중국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내정 간섭이자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며 시정하지 않을 경우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보복을 시사했다.
미국은 최근 대만 해협에서 중중과의 갈등이 심해지자 대만의 국방력을 신장하기 위한 무기 수출을 지속해 왔다. 이에 중국 당국은 대만 해협 인근에서 대규모 훈련 등을 통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승인에 대해 강력히 반발해왔다.
이와 함께 미 재무부는 8일 북한의 석탄 밀수출에 관여한 무역회사와 선박을 상대로 제재를 단행하면서 대북 제재 이행을 고리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2017년 7월 대북 제재 차원에서 마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는 북한산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특히 미 재무부는 중국의 대북 제재 회피 조력을 문제 삼으며 "중국 당국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이행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정조준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중국이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제재는 수단일 뿐이므로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 반격할 수단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7일 미중 무역 전국위원회 이사회 대표단과 화상 회담에서 "중미 관계의 미래는 미국의 현명한 선택에 달렸고 양측의 공동 노력에 결정된다"고 말한테는 이런 중국의 고심이 담겨 있는 듯 보인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막바지 중국 때리기가 홍콩, 대만, 북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이뤄지면서 이런 기조가 바이든 시대로 이어질까 봐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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