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일본통 강창일 주일대사 내정 이어 日도 한국통 기용할 듯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신임 한국 주재 일본대사로 유력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61) 이스라엘 주재 일본대사는 한국 근무 경험이 풍부한데다 한류 팬을 자처할 정도로 '친한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가 일본통인 강창일 전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일본 주재 한국대사로 내정하고, 일본 정부도 한국통을 새 주한 일본대사로 기용할 방침이어서 한일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두 번에 걸쳐 4년 이상 주한 일본대사관 근무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출신으로 도쿄대 교양학부를 졸업한 아이보시 대사는 1983년부터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한국에서 두 차례에 걸쳐 약 4년 2개월 동안 근무했다.
1999년 3월 1등 서기관으로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근무를 시작해 이듬해 참사관으로 승진했고 2001년 4월 첫 한국 근무를 마쳤다.
2006년 8월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공사로 발령을 받아 2008년 9월까지 근무했다.
그는 외무성에 입성한 후 프랑스어 연수 과정을 마쳐 1999년 첫 서울 근무 전에는 프랑스어권 지역에서만 근무했다고 한다.
그는 2008년 3월 5일 주한 일본공보문화원 홈페이지에 올린 '슬픈 한국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서울 도착 당시의 인상은 '처음으로 말이 안 통하는 외국에 왔구나'라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한국어가 서툴러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일본인을 도와주려는 친절한 한국분들 덕분에 한국어를 제대로 못 하면서도 서서히 서울 생활에 녹아들었다"고 적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한국어 공부를 포기하지 않은 것은 노래방 덕분이 아닌가 싶다"며 "노래를 한 곡 외우면 그만큼 한국어가 향상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많은 음악 CD를 구입해 가사를 사전으로 찾아보곤 했다"고 밝혔다.
◇ "나리타공항에서 바로 신승훈 콘서트장에 가기도"
겨우 한국어로 업무를 볼 수 있게 되자마자 외무성으로 복귀했지만, 당시 일본에서 한류 붐이 일면서 업무와 전혀 상관없이 한국어를 즐기게 됐다고 한다.
그는 "K-POP, 한류 영화, 드라마와 더불어 일본서점에는 한국 문화를 소재로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한국어 교재가 넘쳐났고, 신오쿠보에 가면 최신 CD와 비디오도 입수할 수 있어 최근의 젊은이들 말로 일본에 와서도 한동안 한국은 '내 맘속의 붐'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해외 출장 때 비행기 안에서 한국 영화를 보고 출장지에서도 현지의 한국요리점을 꼭 들렀기에 때로는 동행에게 폐를 끼치는 일도 있었지만, 한국 문화에 흠뻑 빠져들어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했다"며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로 나리타공항에서 바로 신승훈 콘서트장에 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두 번째 한국 근무 기간에 쓴 이 칼럼에서 "익숙해지면 질리게 되고 다시 매너리즘으로 변해가겠지만, 올해는 어깨에 힘을 빼고 가급적 한국어 공부를 즐겨볼까 한다"며 한국어 공부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 日언론 "징용 문제 등으로 악화한 한일관계 개선" 주문
일본 언론들은 정부가 미국 주재 일본 대사로 이동하게 될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주한 일본대사 후임으로 아이보시 대사를 기용할 방침이라고 최근 보도하면서 그의 임무는 일제 징용 노동자 배상 소송 등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교도통신은 아이보시 대사는 "주한 대사 취임 이후 전 징용공(일제 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소송 문제 등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난 7일 보도했다.
NHK는 "정부로서는 태평양전쟁 중 '징용'을 둘러싼 문제와 위안부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된 가운데 한국 주재 경험이 풍부한 아이보시 씨를 기용해 사태 타개를 위한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8일 해설했다.
주일 한국대사와 주한 일본대사가 비슷한 시기에 교체됨에 따라 양측의 아그레망(타국의 외교 사절 임명에 대한 파견국의 동의)도 비슷한 시점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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