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합의 전면 검토 필요 입장…유럽 등 동맹과 무역갈등 先해소 추진 전망
관세카드 자체엔 "자멸적" 비판…동맹과 연대해 '불공정 무역관행' 개선 압박
대중 강경론은 지속 예상…트럼프에 비해 예측 가능성은 높아질듯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대 중국 정책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취임하더라도 1단계 미중 무역 합의를 당장 손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부터 폐기하겠다며 대외 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공언했지만 대 중국 강경론만큼은 방법이 다를지라도 이어갈 가능성이 큰 탓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바로 손댈 생각이 없다면서 자신의 입장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무역합의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25% 관세의 철회에 즉각 나서진 않을 것이라며 이를 자신이 가진 선택지(옵션)라고 표현했다.
향후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 전쟁 유산인 '관세'를 활용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대목으로 보인다.
그가 무역합의 문제에 유보적인 태도를 취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1단계 합의의 재협상이나 2단계 무역합의를 논하기 전에 중국과의 기존 합의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꼽았다.
중국이 2천억 달러의 미국산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지에 대한 확인은 물론 관세 부담이 오히려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돼 역효과를 냈다는 비판론에 대한 검증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이유는 동맹과의 협의 필요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은 물론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의 맹방을 상대로도 무역, 안보 등 전방위 갈등을 빚어 균열을 심화한 터라 대중국 전선에서 동맹과의 대오 정비가 급선무라는 말로 해석된다.
이는 중국과의 무역 문제 해법이 트럼프 대통령처럼 미중 간 일대일로 맞설 사안이 아니라 동맹과 공동 전선을 구축해 국제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의 발로이기도 하다.
실제로 참모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과 무역문제를 다루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유럽과의 '인위적 무역 전쟁'을 끝내는 일부터 추진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무역이든, 안보든 다자주의를 우선하는 바이든 당선인의 시각이 투영된 것이자 "미국은 동맹과 협력할 때 가장 강력하다"는 평소 신념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NYT는 "중국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하의 미국이 중국에 대항한 국제 연대가 활기를 띠도록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바이든의 전략이 이를 성사시킨다면 중국에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중 무역정책은 주로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부각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이에 초점을 맞춘 전략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해 있다.
그는 개선해야 할 무역관행으로 지식재산권 절취, 덤핑, 불법 보조금, 강제적 기술이전 등을 열거했다.
주목할 부분은 중국 압박용으로 관세 카드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미국의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과 함께 규칙 설정자로서 위상을 강조한 대목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집인 민주당의 정강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관세 부과를 "자멸적이고 일방적인 관세 전쟁에 기댄 것"이라고 혹평했다.
또 "미국이 국제무역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동맹, 파트너와 협력하지 않으면 중국이 그 일을 하고 미국의 노동자와 중산층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돼 있다.
이는 중국과 무역협상에 나설 경우 수지 불균형보다는 무역관행 전반의 개선을 목표로 한 글로벌 규칙 설정에 힘을 쏟고, 이를 위해 동맹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생각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당선인의 입장은 미국 내부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그의 최우선 경제 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받은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무역합의 문제는 경기부양과 인프라 개발에 밀려 뒷좌석에 놓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사회의 대중 초강경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국민의 대중 반감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있고, '입법' 칼자루를 쥔 의회만 하더라도 중국의 팽창을 견제해야 한다는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하면 중국에 나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집중 공격한 상태라 바이든 당선인도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쇠락한 공업지대인 북부 '러스트벨트' 3개 주의 지지가 승리의 원동력이 된 상황이라 무역문제를 중심으로 반중 감정이 강한 이곳의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행정부 내부 조율도 없이 트윗으로 관세 부과 사실을 갑작스레 알리는 일마저 불사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시대의 대중 무역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 무역대표부 대표를 역임한 웬디 커틀러는 "참모들이 대통령의 트윗을 통해 알게 된 것을 이행하기 위해 허둥대는 시절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중국은 무역 외에 안보, 인권, 기술, 대만 등 각종 현안을 놓고 충돌하는 상황인 데다 바이든 당선인도 대중 견제 및 압박이 필요하다는 기조는 다르지 않아 '바이든 시대' 역시 미중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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