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대 연구팀, 작년 9월∼올 2월 홍역 환자 검체 재분석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이미 작년 1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부 밀라노대 연구팀이 작년 9월부터 올 2월 사이 홍역 진단을 받은 환자 39명의 구강 검체를 다시 분석한 결과 한 표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해당 환자는 유치원생인 4세 남자아이로 작년 11월 21일부터 기침을 동반한 감기 증상을 보이다 30일 구토·호흡 곤란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밀라노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그다음 날엔 온몸에 발진도 생겼다고 한다.
당시 의사는 이 아이의 구강에서 채취한 검체를 토대로 홍역 진단을 내렸다.
홍역은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주로 비말을 통해 감염되는 급성 전염병으로 고열과 발진 등의 증상이 일반적이며, 폐렴 등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밀라노대 연구팀이 최근 해당 검체를 재분석한 결과는 달랐다.
연구팀은 당시 홍역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실은 코로나19 감염자들일 수 있다는 가설 아래 병원 실험실에 냉동 보관된 검체를 다시 꺼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코로나19 진단 방식인 분자 검사를 시행했다.
연구팀은 검사 결과를 재확인하고자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가 담긴 리보핵산(RNA)을 추출해 분석했는데 코로나19와 100% 동일했다고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발병 시점을 약 3개월가량 앞당기는 것이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첫 환자는 2월 21일 롬바르디아주 코도뇨지역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38세 남성이다.
연구에 참여한 마리오 라빌리오네 교수는 "올 2월 말 이탈리아 북부에서 폭발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진행됐는데 이는 그 이전 수주 또는 여러 달 동안 바이러스가 돌고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바이러스가 작년 가을부터 자국에서 유행하고 있었다고 추정할 만한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다만, 현지 언론은 이에 대해 이탈리아가 코로나19 사태의 시발점임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중국 정부가 작년 12월 말 바이러스 존재를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하기 훨씬 이전에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을 가능성을 강조한다.
반대로 중국 언론들은 최근 이탈리아 등의 연구 결과를 활용해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됐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등 바이러스 기원 논란을 증폭시키는 모양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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