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검찰 발표…납치·살인 등 혐의로 4명 기소 방침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지난 2016년 이집트에서 발생한 이탈리아 대학원생 피살 사건은 현지 정보기관 요원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이탈리아 수사당국이 잠정 결론내렸다.
이탈리아 검찰은 10일(현지시간) 이집트 정보기관 요원 4명을 줄리오 레제니(사망 당시 28세) 납치·고문·살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기로 하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레제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 과정 중에 있던 2016년 1월 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실종됐다가 9일 만인 2월 3일 도시 외곽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으며, 손톱이 빠지고 뼈가 부러지는 등 폭행 및 고문 흔적도 있었다.
부모조차 코 끝부분만 식별 가능했을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다고 한다. 사인은 폭행에 따른 급성 호흡 부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이집트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 가운데 하나인 노동 문제, 그중에서도 '거리행상노조'를 연구하고자 카이로에 체류하고 있었다. 필명으로 이집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이에 이탈리아 수사당국은 레제니가 정치적 탄압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집트 정부에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집트 측은 레제니가 스파이 활동 과정에서 사망했거나 범죄단체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미온적으로 대응해 이탈리아 국민의 분노를 샀고 외교 갈등으로 비화했다.
이탈리아는 결국 2018년 12월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집트 정보기관 인사 5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별도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탈리아 검찰은 2년간의 수사를 통해 관련자 4명의 범행을 입증할 중요한 물증을 다수 확보했다면서 20일간 혐의 소명 기회를 준 뒤 법원에 기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소가 결정된다면 피고인이 불참하는 궐석 재판 형식이 될 전망이다. 애초 용의선상에 올랐던 1명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이집트 당국은 이탈리아 검찰의 수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당사자들도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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