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호주에서 자체 개발 중이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프로그램이 임상 시험에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을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가짜 양성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전격 폐기됐다.
11일 호주 공영 A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호주 최대 바이오 제약회사 씨에스엘(CLS)은 호주증권거래소(ASX) 공시 자료를 통해 퀸즐랜드 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해온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시험을 더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부터 브리즈번에서 120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작된 인체 시험에서 가짜 HIV 양성 반응이 나오는 문제점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CSL은 "임상 시험 전에 미리 참여자들에게 특정 HIV 진단 검사에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면서 "백신이 HIV 바이러스 감염을 초래할 가능성은 없으며, 후속 검사에도 아무런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신 공동 개발자인 퀸즐랜드 대학의 폴 영 교수는 "(가짜 HIV 진단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1년이 더 소요된다"면서 "지난 11개월 동안 혼신을 다한 프로젝트가 중단돼 황폐 감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는 "힘든 결정을 내렸지만 이런 것이 과학"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연방정부는 CSL과 퀸즐랜드 대학이 백신을 개발하면 5천 100만 도스(1회 접종분)를 구입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그래그 헌트 보건장관은 긍정적인 초기 임상 결과가 나온 전달에 내년 말까지 이 백신을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호주 정부는 이러한 중단 상황을 대비해 복수의 백신 개발자들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면서 "(영국의) 아스트라 제네카 백신의 공급 물량을 2천만 도스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콧 모리슨 연방총리는 "이번 임상 시험 폐기로 호주 정부와 연구자들이 신중하게 백신 개발에 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호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신속하지만 경솔하지 않게 면밀히 대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나스타샤 팔라세이 퀸즐랜드 주총리는 "밤낮없이 공들인 프로젝트가 폐기돼 실망스럽다"면서 "그래도 이 정도까지 성과를 낸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브랜든 머피 전 수석 의료관은 "가짜 HIV 양성 반응을 제외하면 임상 결과는 매우 효과적이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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