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 인지 평가와 비교했더니 공간기억 빼곤 거의 같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까마귀가 똑똑한 새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4개월밖에 안 된 큰까마귀가 침팬지나 오랑우탄과 같은 영장류 성체와 비슷한 인지 수행 능력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오스나브뤼크대학 인지과학연구소 시모네 피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큰까마귀를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인지 실험 평가를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4~16개월 된 8마리의 큰까마귀를 대상으로 총 15개 부문에 걸쳐 33개에 달하는 실험 평가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컵 속에 보상물을 감춘 뒤 다른 컵과 위치를 바꿨을 때 찾아낼 수 있는지를 비롯해 보상물이 들어있는 컵을 손으로 가리키거나 응시하는 등의 신호를 줬을 때 알아챌 수 있는지, 실험자가 보여준 행동을 따라 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실험 평가가 포함돼 있다.
연구팀을 이를 통해 큰까마귀의 공간기억 능력과 눈앞에서 사라진 물체에 대한 인지, 상대적인 많고 적음이나 덧셈에 대한 이해, 인간과의 소통과 학습 능력 등 종합적인 인지 수준을 평가했다.
실험 평가 항목은 원래 '영장류 인지 종합 테스트'(PCTB) 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연구팀은 까마귀에 맞게 항목을 미세 조정하고 영장류 평가 결과와 직접 비교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큰까마귀의 인지 수행 능력은 침팬지 106마리와 오랑우탄 32마리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때와 비교해 공간 기억만 빼고 매우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큰까마귀는 4개월 된 것이나 16개월 된 것이나 인지능력에 큰 차이가 없어 4개월 때 이미 완성 단계에 들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까마귀는 이때부터 어미에게서 독립해 자신만의 생태, 사회적 환경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까마귀가 유인원과 비슷하게 일반적이고 수준 높은 인지 능력을 진화시켜 왔을 수 있다는 증거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까마귀가 생존과 번식이 다른 까마귀와의 협력과 동맹에 달려있는 급변 환경에서 살아야 해서 이처럼 인지 능력이 빨리 발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번 실험 평가 결과가 인간이 사육한 8마리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까마귀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큰까마귀 대상 실험의 한 장면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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