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국에 설치"…해외동포 결집통해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 압박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지난 8월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저항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벨라루스 야권이 대선 승리를 주장하며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세계 각국에 자체 대표부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대선 불복 운동을 이끌고 있는 야권 조정위원회는 이날 화상회의를 통해 "11일부터 해외에 '국민 대사관'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경쟁한 뒤 신변 위협 때문에 이웃 리투아니아로 피신해 조정위원회를 이끄는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화상회의에서 "국민 대사관이 벨라루스 국민의 권리 보호와 어쩔 수 없이 벨라루스를 떠나야 했던 동포들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국민 대사관 설치는 벨라루스 국민이 정권에 항복하지 않고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정위원회 간부회의 임원 파벨 라투쉬코는 회의에서 "국민 대사관은 러시아, 리투아니아, 스웨덴, 독일, 영국, 스페인, 브라질 등 세계 20여 개국에 설치될 것"이라면서 "국민대사관 개설은 민주 벨라루스와 다른 국가들 간의 원칙적으로 새로운 관계 구축을 위한 첫번째 행보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국민 대사관이 전문적 외교공관이 수행하는 모든 임무를 수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해외 거주 벨라루스인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벨라루스의 실제 상황에 대한 정보를 확산하기 위한 센터 기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대사관 설치 제안은 지난달 초 해외 거주 벨라루스인 약 15만명이 참여한 '전 세계 벨라루스인 대회'에서 나왔다고 라투쉬코는 전했다.
이날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국민 대사관 개설식에는 니콜라 비어 유럽의회 부의장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 야권의 국민 대사관 개설은 외국과의 협력과 해외 거주 벨라루스인 결집을 통해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8월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대규모 저항 시위가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루카셴코는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 9월 23일 취임해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야권의 요구를 수용한 자진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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