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모아 무기로 재조립해 판매하는 '어른이' 서브컬처 형성
"아이들 관심 끌기 위해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해"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아이들에게, 사회에, 지구에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는 것.'
덴마크의 세계적인 완구 기업 레고(LEGO)가 내세우는 목표다.
그런데 이 레고를 재조립해 현대전에서 사용되는 무기로 만들어 판매하는 서브컬처가 유행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고는 창업주 올레 크리스티안센이 '잘 놀다'라는 뜻을 가진 덴마크 단어 'Leg Godt'를 줄여서 만든 말이다.
1932년 가족기업으로 출발한 레고는 오늘날 세계적인 완구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62억달러(약 6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로마 콜로세움을 재현한 역대 최대 규모의 레고 '콜로세움 세트'가 출시되기도 했다.
이런 레고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정책이 있다.
현재 군대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전투기, 헬기 등 군수품을 본뜬 레고를 제작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레고는 지난여름 수직이착륙기 'V-22 오스프리'를 재현한 작품을 매대에 올리면서 정책을 스스로 위반했다.
V-22 오스프리는 미국과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는 군용헬기다.
한 독일 반전단체는 레고가 2010년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를 비판했다.
당시 레고는 분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알아볼 수 있는 군수품을 레고로 제작하지 않고, 비윤리적인 행동이나 전쟁을 미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레고는 지난 7월 V-22 오스프리 세트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V-22 오스프리 레고 세트는 이미 시장에 풀린 뒤였다.
120달러(약 13만 원)에 팔리던 V-22 오스프리 레고 세트는 최대 1천 달러(약 109만 원)에 재판매되고 있었다.
레고 세트를 재조립해 현대 군수품으로 만들어 파는 전문업체들도 인기다.
과거 레고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댄 시스킨드(51)는 현재 '브릭마니아 토이웍스'를 운영하고 있다.
브릭마니아 토이웍스는 '성인 레고 팬들'(AFOL)을 위한 군수품 레고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의 F-16 전투기를 본떠 만든 레고 세트는 425달러(약 4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시스킨드는 "군수품으로 디자인되지 않은 레고 세트를 모아서 재조립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레고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스킨드는 "처음에 출시한 작품 25개는 다섯 시간 만에 완판됐다"면서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수요가 많다"고 덧붙였다.
레고는 2016년에도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적 있다.
당시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연구팀은 레고가 지난 1978년 처음으로 선보인 검, 미늘창, 장창 등 무기 모양 블록은 이후 점점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레고 세트 중 30% 이상이 무기 모양 블록을 포함하고 있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프 바트넥 박사는 무기 블록이 늘어나는 것을 군비경쟁에 비유해 "레고는 이제 순수하지 않다"면서 "훨씬 더 폭력적인 모습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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