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조사에서 두테르테 중범죄 가능성 판정
"5천300여명 사망…경찰 '제멋대로식 처형'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주도하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인류에 대한 범죄가 저질러졌다고 볼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실의 판단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ICC 검사실은 확보할 수 있었던 정보들을 분석한 결과 살인과 고문 등이 적발됐다며 전날 발표한 예비조사 활동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인류에 대한 범죄는 민간인에게 가해지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공격으로 전시와 평시를 가리지 않고 국제법정에서 처벌 대상이 된다.
ICC 검사실은 재작년 2월부터 두테르테 정권이 집행하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한 예비조사를 벌여왔다.
조사대상 기간은 필리핀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2016년 7월 1일부터 지난해 3월 16일까지였다.
검사실은 "경찰의 소탕작전에 살해되거나 체포나 구금된 상태에서 사망한 이들이 5천300명을 넘는다"라면서 "당국은 무장한 용의자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자위권을 발동한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목숨을 위협할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적절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실은 "경찰의 무력사용이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제멋대로 식 처형'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라고 덧붙였다.
ICC는 이번 예비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초 정식조사에 착수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왔으며 '전쟁' 중 인권침해가 빈번하다는 국내외 지적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정부집계로도 마약과의 전쟁에서 숨진 '용의자'가 지난 10월까지 5천942명에 달한다.
필리핀은 ICC 검사실이 마약과의 전쟁 예비조사에 들어가자 즉각 탈퇴를 선언하고 작년 3월 17일자로 실제 탈퇴했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 예비조사 결과와 관련해 "ICC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라면서 "우리는 ICC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관할권과 관련해 ICC 검사실은 2002년 7월 1일 발효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따라 관할권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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