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분쟁' 메디톡스 "대환영" vs 대웅제약 "사실상 승리"
메디톡스 "대웅제약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 혐의 밝혀진 것"
대웅제약 "균주, 영업비밀 인정 안 돼…ITC 위원회 예비판결 뒤집어"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069620]의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예비판결에서 10년이었던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수입금지 기간은 21개월로 대폭 단축됐다.
◇ 대웅제약 '나보타' 21개월 미국 수입 금지…메디톡스 "대환영"
미국 ITC 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보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한다"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의 침해와 관련된 불공정 무역관행을 다루는 제재 규정이다. 이 조항에 따라 해당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불공정 행위를 제재할 수 있다.
미국 ITC 위원회는 나보타의 재고 판매도 금지했다. 대웅제약의 미국 현지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보유한 나보타의 재고 중 어떤 것도 21개월간 판매하지 못 하게 했다. 미국 대통령이 ITC 최종판결을 심사하는 동안 나보타를 수입하거나 판매하려면 1 바이알당 441달러의 공탁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두 회사는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과 '나보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 등을 훔쳐 갔다고 보고, 지난해 1월 ITC에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했다.
ITC는 지난 7월 예비판결에서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나보타를 10년간 수입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한 게 입증됐다"며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아 수입금지 기간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 대웅제약 "ITC 위원회가 예비판결 뒤집어…항소할 것"
대웅제약은 ITC 위원회의 최종 판결이 지난 7월 예비판결을 뒤집은 결과라고 본다.
특히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승소"라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ITC 위원회가 메디톡스의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해 예비결정을 뒤집었으나, 제조공정 기술 관련 잘못된 판단은 일부분 수용해 수입금지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메디톡스의 제조공정은 이미 널리 알려진 기술인데다 대웅제약 공정과 큰 차이가 있으므로 이 부분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웅제약은 특허받은 고유의 기술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생산해왔으며, 제조 공정기술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ITC 최종판결은 추론에 기반을 둔 명백한 오판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ITC의 나보타에 대한 21개월 수입금지 명령에 대해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후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를 통해 최종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 향후 절차 어떻게 되나…미국 대통령 60일 이내 승인 또는 거부
ITC 위원회의 최종 판결이 나옴에 따라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ITC의 최종판결과 조치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통지된 날에 효력을 상실한다.
미국 대통령이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두고도 두 회사의 전망이 엇갈린다.
메디톡스는 "미국 대통령이 ITC의 최종판결을 거부한 사례는 지난 33년간 단 1건에 불과하다"며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2013년 ITC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으나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해당 최종판결의 효력이 상실된 바 있다.
대웅제약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거부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 위원회의 최종판결은 메디톡스의 파트너사인 엘러간의 독점 시장 보호를 위한 자국 산업 보호주의에 기반을 둔 결과"라며 "미국 내 공익,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상황이므로 행정부와 항소법원이 이런 문제를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대웅제약 "나보타 미국 매출 비중 2% 미만…글로벌 사업 지속"
대웅제약은 미국 ITC 판결로 나보타의 미국 판매가 일시적으로 중지되더라도 매출에 미치는 영향 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의 연 매출에서 나보타의 미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 미만이다.
올해 브라질과 대만, 아랍에미리트에 나보타를 발매하는 등 글로벌 사업 확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2년께 중국에 나보타를 시판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특히 미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미용 성형시술이 아닌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임상을 할 예정이어서 사업의 본질에는 차질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미국 이온바이오파마는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치료용'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임상 2상 시험을 허가받은 바 있다.
대웅제약은 "ITC의 제조공정 기술 침해 결정은 명백한 오류로, 모든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진실을 밝히고 승리하겠다"며 "이번 판결과 관계없이 나보타의 글로벌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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