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서 맥주캔 딴 미 하원의원…낙선후 뼈있는 고별연설

입력 2020-12-18 06:39  

본회의장서 맥주캔 딴 미 하원의원…낙선후 뼈있는 고별연설
초당적 협력 위해 건배…"대통령 조롱하다가 면전에선 칭찬, 의원직에만 관심"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의 연방 하원 본회의장에 17일(현지시간) 예상치 못한 맥주 캔이 등장했다.
민주당 조 커닝햄(38) 의원이 연설 도중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맥주 캔을 꺼낸 뒤 이를 따고 "민주당과 공화당 동료를 위해 이 잔을 든다"며 건배를 청한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선거에서 패배한 커닝햄 의원은 이날 고별연설에 나섰는데, 의회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려고 맥주를 소품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할아버지는 누군가와 앉아서 함께 맥주를 마시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고 항상 말씀하셨다"며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협력해 바로잡아야 할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함께 모이고 앉아서 서로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아마 맥주를 마셔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재임 기간 많은 일에 실망했다고 한 뒤 "의원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음모론과 주장을 수용하며 국민보다 당을 앞에 두는 것을 목격했다"며 "대통령을 뒤에서 조롱하던 의원들이 면전에서 칭찬하는 것을 봤다"고 꼬집었다.
또 "이는 자기보호라는 한가지 이유에서다. 의원들은 자기 일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며 "이런 무모하고 이기적 행동은 대부분의 미국인이 이길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커닝햄 의원은 민주당의 불모지로 통하던 사우스캐롤라이나의 2018년 선거에서 1981년 이후 처음으로 승리한 민주당 의원이 됐다. 그러나 지난달 선거에선 패배했다.
초선 의원으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9년 6개들이 수제맥주 팩을 본회의장에 반입하려다가 물만 유일한 음료로 허용되는 규정에 따라 제지당하는 실수를 했다.
당시 그는 지역구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생산한 맥주를 중소 맥주제조업체 의원모임의 공동 의장인 동료의원에게 전달하기 위해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닝햄은 이날 맥주 캔을 땄지만 마시진 않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 규정에 따라 내내 마스크를 쓴 채 고별연설을 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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