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들, 강추위에도 손맛 즐기려 옹기종기
살얼음판에 자칫하다 풍덩 빠지기도…구조 당국은 안전이 걱정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바다 위 얼음낚시의 매력이요? 역시 열정이죠."
수은주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던 지난 18일 오전 러시아 극동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의 루스키섬을 찾은 기자에게 온몸을 꽁꽁 싸맨 프세볼로트 리소보이씨(31)는 호기롭게 말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이 추울 법도 했지만, 얼음낚시를 즐기는 리소보이씨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한국에서는 강이나 저수지에서 얼음낚시가 이뤄지지만, 러시아에서는 바다 위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다르다.
한겨울 찾아오는 매서운 추위 덕분에 연해주 아무르만(灣) 일부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두껍게 얼어붙는다.
이날도 얼음낚시를 즐기려는 연해주 주민들로 루스키섬은 북적였다.
이른 새벽부터 명당자리를 잡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들었고, 심지어 몇몇은 추위를 피하려고 텐트까지 설치하고 얼음낚시에 열중했다.
얼음낚시는 겨울에 별다른 즐길 거리가 없는 연해주 주민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오락거리다.
자신을 러시아 철도 공사의 직원이라고 밝힌 40대 남성은 기자에게 "겨울이면 차를 세우고 얼어붙은 바다로 나온다"면서 고가의 장비가 필요 없는 훌륭한 취미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들이 낚시를 통해 잡는 물고기의 어종은 빙어다. 손가락 크기의 작은 물고기를 시장에 내다 파는 주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집에 가져가 기름에 튀겨 술안주로 삼는다고 한 낚시꾼은 설명했다.
2012년 블라디보스토크 도심과 루스키섬을 잇는 대교가 만들어진 뒤 루스키섬은 겨울철 낚시꾼들의 천국이 됐다.
매년 겨울이면 루스키섬 주변에는 얼음낚시를 즐기러 온 강태공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올해 1월에는 루스키섬 주변 얼음판이 깨지면서 30대가 넘는 차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얼음판이 차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탓이었다.
살얼음판에 부주의하게 얼음낚시에 나섰다가 변을 당하는 사례도 많다.
현지 신문인 '블라디보스토크'는 이달에만 제대로 얼지 않은 얼음판에 낚시를 나갔다가 물에 빠져 3명이 숨졌다고 지적하면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연해주 비상사태부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정해진 기간이나 구역을 벗어나 차를 타고 얼음에 올라가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어길시에는 최대 3천 루블(4만4천원)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비상사태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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