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협 토론회서 우려 잇따라…"규제영향 분석 실증적인지 의문"
"표준계약서 도입, 시대착오적…국내외 기업 균형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가 될 수 있다는 법학계 우려가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2일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 중개 거래의 현재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법학자들이 다수 참석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관한 우려를 쏟아냈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라는 것의 의의부터 살펴야 한다"며 "현대 국가에서 규제란 행정적인 강제가 아니라, 행동규약·협약 등으로 사인(私人)의 행동을 유도하는 수단"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입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제한하려면 시장 실패가 확인됐는지, 독과점 구조가 있는지,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지, 독과점 남용이 실제 발생하는지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플랫폼 공정화법은 이런 최후적 수단을 선제적으로 쓰려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규제 영향 분석(CBA·Cost-Benefit Analysis)을 면밀하고 실증적으로 마쳤는지 의문"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의 다양성·역동성을 저하해 '교각살우'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 공정화법이 말하는 플랫폼 중개에서의 '거래'가 계약 체결 당사자 간 거래를 의미하는지 등에 관한 학계 의견이 엇갈리고, 법 적용 대상도 유튜브·넷플릭스는 제외되고 아프리카TV만 적용되는 등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법학자들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간의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려는 것을 입 모아 비판했다.
이승민 교수는 "표준계약서는 콘텐츠 분야에 도입됐는데 현실적으로 활용이 많이 되지 않고 있고, 사용하게 하려면 행정력이 많이 들어간다"며 "다양한 플랫폼 유형별로 국가가 표준계약서를 일일이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혜련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디지털 기술 발전의 특수성이 있는 플랫폼 시장에 전통적인 표준계약서 규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표준계약서를 제정한다고 플랫폼이 우위를 점하는 근본적인 문제 자체를 해결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고 유럽연합(EU)과 일본의 플랫폼 규제에도 명시돼있는 행동규약 제도를 대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병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준계약서나 표준약관이 도입돼도 기업들은 그 뒤로 숨어서는 독자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며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내외 플랫폼 기업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면서 성장하고 있는데, 한쪽 측면만 고려한 법을 집행하면 불균형이 일어난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이번 플랫폼 공정화법은 연구가 많이 부족했고, 구조적인 문제를 적합하게 규율하는 데 실패했다"며 "EU는 플랫폼 규제를 위해 5∼6년간 실태조사를 벌이고 현행법의 문제점도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도 토론회에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이동원 시장감시총괄과장은 "검색 엔진이나 스트리밍 플랫폼, 다중채널네트워크(MCN)는 플랫폼과 계약 관계가 없는 사업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므로 거래 개시를 알선한다고 볼 수 없다. 법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와 비교했을 때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는 경우에는 규제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을 내년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내년에 국회에서 통과되면 2022년 초에 시행된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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