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통과 못해 내년 3월 조기총선…정치혼란 장기화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에서 2년 사이 총선이 4차례나 치러질 전망이다.
이스라엘 의회가 올해 예산안을 법적 시한인 22일 밤 12시(현지시간)까지 처리하지 못하면서 자동으로 해산할 예정이라고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조기 총선이 내년 3월 23일 실시될 예정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작년 4월과 9월 각각 조기 총선이 치러진 뒤 정당 간 이견으로 연립정부를 꾸리지 못했고 올해 3월 총선이 다시 실시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리쿠드당과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이 대표인 중도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은 올해 5월 연립정부를 구성했지만, 예산안 처리를 놓고 충돌해왔다.
리쿠드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2020년 예산안을 우선 통과시키자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청백당은 리쿠드당이 연립정부 협상에서 2020년과 2021년 예산안을 한꺼번에 처리하기로 한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맞서왔다.
청백당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2021년 예산안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앞서 이스라엘 의회는 21일 오후 예산안 처리 시한을 12월 31일로 늦추는 법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47표, 반대 49표로 부결됐다.
연정 파트너인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장관은 상대방이 이스라엘을 또 다른 총선으로 몰아넣었다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리쿠드당과 네타냐후 총리가 청백당과 합의를 지키지 않으려는 것이 총리직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정치적 노림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당의 합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먼저 총리직을 1년 6개월 수행하고 군 참모총장 출신인 간츠 장관이 내년 11월 총리직을 이어받기로 했다.
연립정부가 사실상 붕괴하면서 이스라엘의 우파 지도자 네타냐후 총리도 다시 정치적 시험대에 설 전망이다.
우파 지도자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5선에 성공했고 총리직 재임 기간이 14년 9개월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길다.
그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10년 넘게 집권해왔다.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등에 업고 팔레스타인에 강경한 정책을 펴왔다.
내년 3월 총선이 치러질 경우 네타냐후 총리가 다시 승리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 혼란 장기화에 대한 책임이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악화로 민심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6월부터는 코로나19 사태와 부패 혐의 재판 등을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올해 5월 첫 재판을 받았다.
또 베테랑 우파 정치인 기드온 사르가 이달 초 리쿠드당을 탈당한 뒤 신당 창당을 발표하는 등 집권당 내 분열이 나타났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인 레우벤 하잔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네타냐후는 지금 매우 약한 상태"라며 "총리가 되지 않을 개연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은 여론조사를 인용해 리쿠드당이 다음 총선에서도 최다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연임에 필요한 과반 의석의 지지를 얻을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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