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지우기' 해석…러시아 스캔들 연루 측근들 대상
공화당 전직 의원 3명…마약판매 용의자 사살 국경순찰대원 포함
"개인·정치적 목적 사면"…추가 사면 가능성 속 비판·우려 확산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김용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퇴임을 앞두고 '무더기 사면'을 단행했다.
AP통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스캔들'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은 측근 조지 파파도풀로스(33) 전 대선캠프 외교정책 고문 등 15명에 대한 사면을 발표했다.
파파도풀로스는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스캔들과 관련해 로버트 뮬러 특검에 의해 기소된 바 있다. 다만 거짓 진술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감형받는 플리바게닝을 택해 2018년 12일간의 옥살이를 하고 풀려났다.
이날 사면에는 러시아의 부호 게르만 칸의 사위 알렉스 판 데어 즈완(36)도 포함됐다.
변호사인 즈완도 러시아 스캔들 특검수사에서 허위진술을 한 혐의에 유죄를 시인하고 30일 구류처분, 2만달러 벌금형을 받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면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사법 처리된 이들이 앞으로 더 많이 사면을 받을 것이라는 신호라고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비선 참모인 로저 스톤에게 각각 사면, 사실상 사면과 같은 감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자신의 측근이 대거 연루된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정치적 목적에서 부당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보기관은 2016년 대선 때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유출하는 방식으로 개입했다고 결론내렸다. 트럼프 대선캠프 인사들은 선거철에 러시아 인사들과 부적절한 접촉을 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받았다.
이날 사면 대상에는 2007년 이라크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전직 군인 4명도 포함됐다.
군과 계약한 민간 경호업체에서 일하던 이들 가운데 1명인 니컬러스 슬래턴은 미국 전쟁사에서 오래 기억될 집단학살 중 하나를 저질렀다.
슬래턴은 경호 용역업체 블랙워터 소속으로 이라크 바그다드 니수르 광장에서 자행된 민간인 17명 학살사건에 가담했다가 종신형을 받았다.
또 이날 사면 명부에는 던컨 헌터, 크리스 콜린스, 스티브 스톡먼 등 부정부패로 유죄판결을 받은 공화당 소속 전직 연방 하원의원 3명도 포함됐다.
헌터(캘리포니아) 전 의원은 2019년 선거캠프 자금을 유용한 혐의에 유죄를 시인한 뒤 다음 달 11개월 형을 복역할 예정이었다.
콜린스(뉴욕) 전 의원은 미국연방수사국(FBI)에 허위진술을 하고 증권사기를 저지른 혐의에 2019년 유죄를 시인하고 징역 26개월 형을 살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활동 초기에 지지를 선언한 인사다.
텍사스주가 지역구이던 스톡먼 전 의원은 사기, 돈세탁 혐의로 10년 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판매 용의자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는 국경순찰대원 2명도 사면했다. 이들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재임할 때 이미 해당 범죄에 감형 조치를 받았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20일 백악관을 떠나기 전까지 사면이 계속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목적으로 잇달아 사면을 단행하자 제도 본연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NYT는 이번 사면에 대해 '뻔뻔스럽다'라고 촌평했다.
이어 사면권은 자비를 통해 품위를 회복할 자격이 있는 이들의 부정을 바로잡기 위해 사법 체계에 내리는 최종 긴급제동권으로 미국 건국자들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잭 골드스미스 하버드 법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전까지 내린 사면 45건 가운데 88%가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거나 정치적 목표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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